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아라파트 사진입장

bindol 2022. 11. 19. 15:26

[이규태 코너] 아라파트 사진입장

조선일보
입력 2002.09.30 19:59
 
 
 
 


부산 아시안 게임 입장식에 팔레스타인 정부수반 아라파트가 사진
입장을 하여 눈길을 모았다.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이 수반의 사진을
앞세우고 입장한 것이다. 소수의 선수단 규모로 미루어 경기보다 세상의
여론을 타고자 하는 저의가 드러나보이는 사진 입장이다. 바로 그 입장식
하던 날 아라파트는 연금에서 풀려나 기다리고 있던 국민 앞에 V사인을
하고 나타났던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은 환호하는 관중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부산에서의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마치 분노에 치민 시위라도 하듯 팔을 불끈
치켜들었는데 바로 연금에서 풀린 아라파트가 취했던 그대로의
동작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스라엘 장갑차에 포위된 청사에 연금되었다
풀린 아라파트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부산에까지 데려온 저의가 알
만해진다.

또 아시안게임 개막하던 바로 그날이 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민중봉기 「인티파다」의 2주년이 되는 날인 것과도 이 사진 입장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스도가 승천했다던 예루살렘 올리브 산상에
오르면 가장 뚜렷하게 눈에 담기는 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분쟁의 불씨가
된「황금의 돔」사원이다. 이스라엘 전성기인 솔로몬왕 시대 이곳에
우람한 3층의 신전을 지었던 유대인 지상의 성지이면서 마호메트가 이
바위에서 승천한 것으로 믿는, 이슬람 3대 성지 가운데 하나다. 그
바위에는 마호메트의 발자국이 남아있고 바위 곁에 놓인 궤 속에는
승천할 때 빠진 턱수염이 들어있다고도 믿고 있는 현장이다. 그 부속
건물을 살펴보면 중간부는 유대식 주랑(柱廊)으로 돼있고 천장은
이슬람식 돔으로 돼있어 이 성소의 험난했던 풍상을 미루어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바로 2년 전 9월 28일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바로 이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동성지인 황금의 돔을 방문, 그 사원이 위치한
동예루살렘의 주권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하자 이에
격분한 팔레스타인사람들의 투석으로 시작된 이「안티파다」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국가 건립의 독립운동으로, 2년 동안
2500여명이 피를 흘리며 아시안게임 개막날 두 돌을 맞은 것이다. 그
무혈「안티파다」를 개막식에 피로한 것이 바로 아라파트 사진입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