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까마귀의 지능

bindol 2022. 11. 20. 16:05

[이규태 코너] 까마귀의 지능

조선일보
입력 2002.08.30 18:58
 
 
 
 


짐승이나 새·벌레에 이르기까지 지각(知覺)이 있고, 윤리 도덕을
지킨다고 알았던 조상들이다. 벌은 군신지의(君臣之義)가 있고, 늑대는
부자지친(父子之親)이 있으며, 원앙은 부부지별(夫婦之別)이 있다.
기러기는 장유지서(長幼之序)가, 쥐는 붕우지신(朋友之信)이, 조개에게는
더불어 죽는 추사지절(趨死之節)이, 승냥이에게는 제사를 지내는
조상지숭(祖上之崇)이 있다고 알았다. 중국 구이저우 쩡펑(甑峰)에 사는
잔나비들은 노친이 나무의 위쪽에 살고 자손이 아래쪽에 살며 먹이를
벌어다 바치는데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한다. 중국 불교 성지인
우타이산(五臺山)에 명승이 들어 독경을 하면 새들이 그 법당의 용마루에
모여드는데 꼼짝도, 지저귀지도 않고 참선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강남을 오가는 철새 제비가 3년 동안 주인집을 잊지 않고 찾아와 집을
지으면 그 집 속에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알았다.
반혼석(返魂石)이라 하여 이 돌을 난산하는 산모 손에 쥐어주면 순산을
하고 죽은 사람 손에 쥐어주면 떠나갔던 혼이 돌아온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곧 집 처마에 와 살게 해준 은혜를 갚는 보은지예(報恩之
禮)를 갖춘 제비로, 흥부전의 모티브가 이에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까마귀는 태어나서 60일 동안 어미가 먹여준 것에 보답하여 60일간
어미를 먹이는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는 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이
까마귀의 지능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까마귀는 좋아하는 열매인 호두를 차도에 떨어뜨려 지나가는 차로 하여금
깨트리게 한 뒤 기다렸다 속을 물어가고, 차가 많은 곳에 떨어뜨리지
않고 신호등이 있는 인근에 떨어뜨리는 안전 추구의 지능까지 보였던
것이다. 일전 보도된 바로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 의해 까마귀가 철사를
구부려 기다란 통그릇 속의 먹이를 꺼내 먹는 실험이 공개되었다.
여태까지 동물이 자연물 상태로 있는 도구를 조작한다는 사례는
보고되었지만 도구를 편리하게 조작하는 머리까지 있다는 사실은 드문
일이다. 까치가 나무 토막을 물어다 집을 지을 때 비가 와도 속은 젖지
않게 짓는다는 옛말을 믿게 하는 까마귀의 재능이요, 이제 새대가리라는
말을 말쑥하게 하는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