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아침밥
[이규태 코너] 아침밥
아침밥을 먹는 학생과 먹지 않는 학생의 수학(修學) 성적을 비교했더니
먹는 층이 400점 만점에 19점이 더 높아 아침밥이 머리를 좋게 한다는
농촌진흥청의 조사가 보도되었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일본제국주의 시대
「쌀밥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가르쳤고 그 인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년세대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비타민B1이 쌀에
결여됐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댔지만 전쟁물자로 공출시키고자 쌀을 못
먹게 하려는 수작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날씬함이 선망으로
아침밥을 거르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쌀이 소비되지 않는 데 대한 정략적
저의가 없는 것 같지 않으나 눈길을 끄는 통계적 조명이다.
「굿 모닝」하는 식으로 아침인사에 아침이 들어가 있는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에서 아침이 빠르고, 「봉 주르」하는 식으로 날이 들어가
있는 나라들에서 아침이 늦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하요
고자이마스(빠르십니다)」하는 상징적 아침이 들어가 있는 한국·일본도
아침이 빠르다. 조기(早起)민족일수록 아침을 든든히 잘 먹고
만기(晩起)민족일수록 아침밥을 소흘히 한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컨티넨털이라 함도 영국에서 보는 유럽대륙의 소홀한 아침밥에서 비롯된
말이다. 정오가 가까워서 러시가 일어나는 스페인에서는 아침밥을 아예
차 한잔으로 때운다.
아침밥을 세끼 가운데 가장 많이 잘 먹는 우리나라는 으뜸
조기민족이다. 뉴욕 야채상의 80%를 한국사람이 차지하고 있다던데,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조기업(早起業)이기 때문이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얼려 사는 미국에서의 일이고 보면 가장 아침이 빠른
조기민족임을 입증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대식(大食)은 이미 고려때 기록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오고, 한말 그리피스의 「은자(隱者)의 나라
한국」에는 한국사람이 밥먹을 때 말하지 않는 에티켓은 더 많이 먹고자
입을 딴 일에 쓰지 않기 위해서라는 억지 풀이까지 하고 있다.
순조(純祖)때 기록에 성인은 아침·저녁 두끼를 7홉씩 한 달에 너말
두되를 먹었다 했으며, 신라때 김춘추(金春秋)는 하루에 쌀 서말을
먹었다 했으니 요즈음 성인 한 달 먹을 것을 하루에 먹은 셈이다. 아침밥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면 역사적으로 좋아져 있을 민족의 지적 자원이
어딘가에 잠재돼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