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유명인의 아들들

bindol 2022. 11. 25. 17:42

[이규태 코너] 유명인의 아들들

조선일보
입력 2002.05.02 19:01
 
 
 
 


퀴리 부인의 딸들처럼 부모의 일을 이어받아 명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의 자녀는 대체로 그 명성의 중압과 혜택받은 후광 속에서
자조의 능력을 상실, 비뚤어진 여생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디슨의
아들 토머스 2세는 아버지 이름을 팔아 에디슨 전기회사를 만들고 생각을
찍을 수 있는 기계며 감기를 낫게 하는 기구를 발명했다고 허위 선전하자
아버지는 그 아들의 회사를 걸어 소송, 문을 닫게 하고 아들은 퇴락의
길을 걸었다. 「유명인의 아들이라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자랑 이상으로
불행을 유발한다」했고 며느리는 금세기 최대의 위대한 인물의 아들이 주
40달러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불평하고 다녔다.

비폭력 비협력의 영웅 간디의 아들 할리라르가 허가받지 않은
과일가게를 하다가 잡혀들자 피고의 변호사로 출두한 아버지 간디는 보다
엄한 중형을 내릴 것을 주장해 유명하다. 아버지 이름을 팔아 돈을
끌어모으고 장사에 실패를 거듭하는가 하면 상인으로부터 3만루피를
훔치기도 했으나 그 상인이 간디와 친구인지라 고소를 하지 않았다. 알콜
중독과 여색에 빠져 요양소를 전전했으며 힌두교도로서 이슬람으로
개종까지 하여 아버지를 곤혹스럽게 했다. 간디의 장례식장에 술에
만취해 나타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한다.

장남 야콥이 권총 자살미수를 하자 「그것 하나 곧바로 쏘지 못하는
못난이ㅡ」라고 핀잔을 주었던 스탈린이다. 2차대전 중 포병장교로
야콥이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고 그 사진을 모스크바 상공에 뿌렸지만
스탈린은 그런 자식은 나에게 없다고 일관했고, 그 소식 듣고 야콥은
수용소 전기철조망에 투신 자살했다. 둘째 바실리는 알콜중독이요, 딸
스베트라나의 연인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누명을 씌워 시베리아에
추방했다. 링컨 대통령의 부인 메아리가 신경쇠약으로 한번에 17켤레의
장갑을 사는 등 낭비로 재산을 탕진하자 아들 로버트는 어머니를
금치산자로 만들려 했다. 그 자책감으로 로버트는 자살을 기도한다.
아버지의 명성을 타고 대통령 출마를 권고받았을 때 대통령의 방은
금빛나는 감옥이라며 고사했다.

지금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마약의 구렁텅이를 못빠져나와 다섯 번째의
감옥행을 하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검은 먹물 뿜는 문어발에 얽히어
헉헉대고 있음이 무상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