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65] 항룡유회(亢龍有悔)

bindol 2025. 6. 16. 19:55

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이한우의 간신열전] [165] 항룡유회(亢龍有悔)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12.15 03:00 | 수정 2022.12.15 03:00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올라간 용은 뉘우칠 일이 있게 된다”는 말로 군주의 길을 다루는 건괘(乾卦) 맨 위에 있는 양효(陽爻)를 주공(周公)이 풀어낸 것이다.

한 괘의 맨 아래는 신진, 그 다음은 중간, 그 다음은 판서나 장관, 네 번째는 재상이나 왕비 혹은 세자가 이에 해당하고 다섯 번째는 임금 자리[君位]이다. 맨 위는 상왕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왕은 자칫하면 뉘우칠 일이 있게 된다. 그 이유를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분이 귀한데도 그에 맞는 자리가 없고 임금보다 높은데도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신하들이 아래에 있는데도 아무런 보필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움직이면[動] 뉘우침이 있게 된다.”

상왕이란 따라서 오늘날로 보자면 퇴임한 대통령이다. 공자 보충 풀이는 한 마디로 무동(無動), 무위(無爲)하는 것만이 뉘우칠 일을 피한다는 뜻이다. 조선 최고의 ‘주역’ 전문가 다산 정약용은 항룡유회(亢龍有悔)를 좀 더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항룡은 교만하고 스스로 잘난 척하며[自亢] 조금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 것이니 그 때문에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이고 보필하는 신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움직이려 하면 결국 궁한 데 이르러 재앙을 당하게 된다”고 공자는 추가로 경계시켰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항룡 셋이 있다. 한 용은 병원에 입원 중이고, 또 한 용은 상처를 크게 입은 용이라 칩거 중이다. 또 한 사람 용은 연일 움직이며 국민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용도 항룡유회라는 원칙을 모르지는 않았던 듯하다. 퇴임 직전 여러 차례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밝힌 것이 바로 항룡유회를 경계하려 함이었을 것이다.

서해 사건 관련 조사 움직임에 “무례” 운운한 것은 그렇다 쳐도 최근 개로 인한 여러 잡음을 보노라면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말은 허언(虛言)이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