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71] 역
[이한우의 간신열전] [171] 역
입력 2023.01.26 03:00
중국 고전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뜻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한자들을 만나 종종 당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글자가 역(逆)이다. 우리는 그저 ‘거역하다’나 ‘거스르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역모(逆謀)나 반역(反逆)이라고 할 때 그 역(逆)이다. 그러다 보니 이 단어에 대한 이미지도 다소 부정적이다.
그런데 실제 옛 문헌들에서 역(逆)은 영(迎)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용례들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혼례를 앞두고 신부를 맞이해온다고 할 때 바로 이 역(逆)을 쓴다.
공여제역녀(公如齊逆女)라고 하면 그래서 공(公)이 제나라에 가서[如] 여인을 맞이해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고 보니 손님을 ‘맞이하다’나 ‘마중’은 영(迎)이 아니라 역(逆)에서 온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려면 손님이 오고 있는 방향을 거슬러서 손님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逆)의 반대는 순(順)이다. 공자는 이와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겼다.
“지나간 일을 헤아리는 것은 고분고분함[順]이요 다가올 일을 아는 것은 거스름이자 맞이함[逆]이니 이 때문에 역(易)은 (미래를 향해) 거슬러 헤아리는 것[逆數]이다.”
과거를 향해 서는 것은 순(順)이고 미래를 향해 서는 것은 역(逆)이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을 보자니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오로지 ‘윤심’에 영합(迎合)만 하고 거스름[逆]이 없고 또 다른 후보는 영합은 아니지만 역시 거스름이 없다.
나경원 전 의원 경우는 공자가 경계한 불역사(不逆詐)를 망각하고 역사(逆詐)했다가 공개 사과까지 했다. 역사(逆詐)란 윗사람이 나를 속이면 어떻게 하나 앞서서 의심하는 것이다.
후보들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제대로 미래를 향해 우리 국민들 앞날을 거슬러 헤아리는[逆數] 후보는 찾아볼 길이 없다. 이런 정당에 무슨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후보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