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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준태의 후반전(19) “아직 일흔 밖에 안됐습니다.” “참으로 애석하구려. 나이가 너무 많소.” 기다리던 인재와 만났지만, 그는 이미 백발의 노인이었다. 노쇠한 그와는 대업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임금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노인이 말한다. “날아가는 새를 잡고 사나운 맹수와 맞서 싸우라고 하신다면 신은 분명히 늙었습니다. 하지만 나랏일을 맡아보라고 하신다면 신은 아직 젊습니다. 일찍이 태공망 여상은 여든 살의 나이에 주나라 문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신은 열 살이나 어립니다.” 백리해 죽자 백성들 생업 멈추고 슬퍼해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명재상 백리해(百里奚). [사진 바이두] 진(秦)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명재상 백리해(百里奚)와 진나라 임금 목공(穆公)의 첫 만남을 묘사한 것이다. 백리해는 건숙과 유여 등 뛰어난 인재를 발탁하고 무도한 제후들을 정벌했으며 기근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구제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전국책(戰國策)』에 보면 백리해가 죽자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방아 찧는 사람은 절구질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성들이 생업을 중단하고 슬퍼했을 정도로 큰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말년의 큰 활약이 있기 전까지 그의 인생은 대부분 시련의 연속이었다. 기회를 찾아 집을 떠나왔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마흔이 넘도록 끼니를 구걸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다행히 그의 진가를 알아준 건숙(蹇叔)의 추천을 받아 우(虞)나라의 관리가 되었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 북방의 강자 진(晉)나라는 호시탐탐 우나라와 괵(虢)나라를 노리고 있었는데, 두 나라의 견고한 동맹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진나라는 우나라 임금에게 진귀한 보물을 보내며 괵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우나라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거짓 약속과 함께. 우나라 재상 궁지기(宮之奇)가 “그동안 진나라가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한 것은 우나라와 괵나라가 입술과 이빨처럼 서로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괵나라가 망하면 내일 그 참화는 우리에게 닥쳐올 것입니다”며 반대했지만, 재물에 눈이 먼 우나라 임금은 진나라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만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우나라와 괵나라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진나라의 행정구역. 백리해 덕분에 진나라는 서쪽을 호령하는 패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궁지기의 우려대로 괵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의 칼날은 곧장 우나라로 향했다. 우나라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백리해 또한 포로가 되었다. 그런데 백리해는 신하가 되어달라는 진나라 임금의 권유를 거절했다. 아무리 우나라 임금이 모자라고 어리석다지만 엄연히 자신이 모셨던 주군이다. 주군을 무너뜨린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晉)나라 임금은 백리해가 괘씸했다. 망국의 신하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는데 감히 거부했으니 말이다. 이에 그는 백리해를 종으로 삼아버린다. 백리해는 “천하를 구제할 뜻을 품었건만 밝은 임금을 만나지 못했다. 내 나이 노년에 이른 지금,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한 치욕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한탄했다. 초나라로 도망가 이름 숨기고 소먹이꾼 행세 이처럼 백리해가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진나라 목공이 백리해의 소문을 듣고 접촉한 것이다. 백리해의 능력을 확인한 목공은 그에게 중임을 맡겼고 백리해 덕분에 진나라는 서쪽을 호령하는 패자로 발돋움한다. 만약 백리해가 중간에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절망에 빠져 자기 뜻을 접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는 70년을 기다린 끝에 피어난 찬란한 꽃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김준태 동양철학자 역사칼럼니스트 akademie@naver.com [출처: 중앙일보] 마흔까지 끼니 구걸한 백리해,일흔에 재상 오른 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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