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23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4)] 역(易): 변화의 철리, 변해야 영원할 수 있다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4)] 역(易): 변화의 철리, 변해야 영원할 수 있다 “통하지 않으면 망하고 마느니”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안주한 채 새로운 환경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게 인간 속성 과거의 역사, 이전의 지혜 바탕 위에서 창의적 변화도 가능 1. 변해야 영원할 수 있다 [주역]에 이런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할 수 있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말이다. 이를 거꾸로 읽으면 이렇게 될 것이다. “편하면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망하고 만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살아 있기에 변하게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생물이 아니다. 그건 생물이라도 죽은 존재다. 이것은 상식이자..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3)] 치(恥): 부끄러움, 인간의 최소 조건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3)] 치(恥): 부끄러움, 인간의 최소 조건 곧바로 걸어야 할 길 도덕(道德)과 다르지 않아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염치가 깨지면 후안무치… 결과는 치욕만이 기다릴 뿐 상식 통하고 정의가 존중받는 건전한 사회 만들어 내야 1. ‘지치득거(舐痔得車)’ 옛날 전국(戰國)시대 때 송(宋)나라에 조상(曹商)이라는 자가 있었다. 한번은 송나라 임금을 대신해 진(秦)나라로 사신을 가게 됐다. 진나라로 떠날 때는 고작 몇 대의 수레만 주어져 다소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진나라에 도착한 그는 잘난 세 치 혀로 진(秦) 왕을 극진히 잘 모셨다. 그러자 진나라 왕이 너무나 흡족해해 무려 100대나 되는 수레를 상으로 줬다. 그는 의기양양해하며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만나 ..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2)] 복(福), 인간의 영원한 갈망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2)] 복(福), 인간의 영원한 갈망 신이 내려주는 것이자 술과 동행하는 것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자신을 지켜 달라고 비는 제의(祭儀)에서 출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진짜 행복 아닐까 1. 복덕방, 그 속에 담긴 품격 복덕방(福德房), 아파트나 주택 등 부동산을 소개하고 대리 사무를 해주는 곳. 이제는 공인중개사나 아예 ‘부동산’이라고 이름을 고쳤지만, ‘복과 덕을 주는 방’이라는 이 이름이 너무나 격조 있고 아름다워 감탄한 적이 있다. 주택 관련 소비자를 서로 연결해 주고 그 중개료를 받는, 자본주의 첨단에 서 있는 서비스 산업의 대표, 이 이름엔 그 어디에서도 ‘자본’이나 ‘이윤’이나 ‘이익’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복덕방이라는..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0)] 공(公)과 사(私), 경계 짓기와 허물기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20)] 공(公)과 사(私), 경계 짓기와 허물기 “분한 마음으로 벌을 줘서도 기쁜 마음으로 상을 줘서도 안 돼”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공사 구분은 자신에 대한 수양과 남을 다스리는 정치의 시작이자 끝 사사로운 이익에 의한 경제가 강하게 관여하는 게 우리의 정치 현실 1. 공과 사 만사에 공사(公私)가 분명(分明)해야 한다. 만고의 진리다. 공사의 분명함은 자신에 대한 수양과 남을 다스리는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수많은 저작(著作)과 현인에 의해 표현 방식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다스림의 금과옥조로 남아 있다. 사사로움은 그만큼 유혹적이어서 지키기 어려우며, 공사의 구분이 쉽지..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9)] 법(法), 시대의 절대 선인가?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9)] 법(法), 시대의 절대 선인가? 누구에게라도 달리 적용돼서는 아니 돼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언제부터인가 피하기만 하면 보호받는 안전장치로 치부 사법부에 깊은 불신…AI 법률가에게 판단 맡기자는 주장도 1. 법(法)과 양심 언제부터인가 피하기만 하면 보호를 받는 것이 법(法)이 되고 말았다. 쳐놓은 그물망에 걸려들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안전판이 돼버린 게 법이다. 특히 힘 있고 가진 자에게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법이 규정해 놓은 그 그물망만 빠져 나가려고 애쓴다. 범법을 했다 해도, 아무리 위법을 해도 그 죄를 법률로 증명하지 못하면 합법이 되고, 무죄가 되는 시대다. “착한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만..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8)] 옥(玉): 왕(王)이 된 옥(玉)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8)] 옥(玉): 왕(王)이 된 옥(玉) 5德 갖춘 무결점의 화신 군자와 나라의 상징으로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단지 아름다움 넘어 타인 존중하거나 임금 지칭하는 의미로도 죽은 이가 다시 태어나 영원한 삶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1. 옥출곤강(玉出昆崗) “금생여수(金生麗水), 옥출곤강(玉出昆崗).” “금은 여수에서 생산되고, 옥은 곤강에서 나온다네.” 금(金)에 대해서는 월간중앙 5월호에서 설명했고, 이번에는 옥(玉)을 설명할 차례다. [천자문]에서 옥이 나온다고 한 곤강(昆崗), 여기서 곤(崑)은 곤륜산(崑崙山)을 말하고, 강(崗)은 그물처럼 얽혀진 ‘산언덕’을 뜻한다. 그래서 곤강은 구체적 지명이라기보다는 ‘곤륜산맥’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곤륜산..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7)] 금(金): 청동의 제국, 황금의 나라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7)] 금(金): 청동의 제국, 황금의 나라 국호(國號)에 영원불변의 염원을 담아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간직해야 할, 지켜야 할 귀중한 보물의 상징 탐욕과 결합될 땐 인간들은 노예로 전락한다 1. “금생여수(金生麗水)” “금생여수(金生麗水), 옥출곤강(玉出昆崗).”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구절이다. [천자문]에 나오는 문구이기도 하고, 전체 250구 중 상당히 앞에 자리한 제8구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금은 여수에서 생산되고, 옥은 곤강에서 나온다네.” 금과 옥, 금과 옥조(金科玉條)라는 말에서처럼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인간이 간직해야 할, 지켜야 할 귀중한 보물로 상징된다. 자본주의를 사는 오늘날, 특히 금은 그 무엇보다 귀중한 생명줄이 된 지..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6)] 유(遊): 유희하는 인간, 유어예(遊於藝)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6)] 유(遊): 유희하는 인간, 유어예(遊於藝) 이젠 노동도 놀이로 승화시켜 삶을 더욱 살찌울 때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유희를 부정하려는 경향 ‘의미 있는’ 일하기를 즐기는 게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흐름으로 1. 자신을 위한 즐김, 놀이와 유희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우리말로 옮기면 ‘유희하는 인간’ 정도가 될 것이다. 인간의 여러 욕망 중 ‘유희’도 그 근본적인 것에 속한다. 어쩌면 일하는 속성보다 더 근원적인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가가 지배해 온 동양에서 특히 성리학이 지배했던 조선에서 인생의 목표는 언제나 출세에 있었다. 그리고 출세의 본질은 가족과 가문을 빛내고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었..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5)] 성(聖), 이 시대의 성인은 누구인가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5)] 성(聖), 이 시대의 성인은 누구인가 비판과 고발도 경청해 모순·불합리 고쳐 나간다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남의 말(口) 귀담아듣는(耳) 사람이 뛰어난 지도자 지존이라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겸허함이 필수 1. 성인의 태도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들보다 낮은 데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이 돼 백성의 윗자리에 앉으려면 자신을 낮춘 채 말해야 하며, 몸을 백성 뒤에 둔 채 나서야 한다. [노자] 제66장 ‘강해(江海)’장에 나오는 성인의 태도에 대한 역설(逆說)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잊는(虛心亡己) 덕으로 임해야만 아래로 물 흐르듯 천하가 귀의하게 된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만 진정한 우..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4)] 학(學), 배움의 변증법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4)] 학(學), 배움의 변증법 끝없이 변신해야 오래간다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단순한 모방·답습 버릴 때 진정한 지혜 획득으로 이어져 새로운 한 해 시작하는 지금이 ‘배움’의 의미 생각해 볼 때 1. 배움이란? 배우고 수시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이 땅에 사는 우리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고, 웬만한 사람이면 외우고 있을 법한 매우 귀에 익은 말이 아니던가? 인류 최고 고전의 하나로 알려진 [논어]의 시작 맨 첫 구절이다. [논어]는 그 많고 많은 개념과 가치 중에서도 이렇듯 ‘배움과 익힘’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공자가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고, 그의 핵심사상이라는 말이다. ‘배움과 익힘’ 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