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귀남이

귀남이 중앙일보 입력 2022.08.25 00:48 지면보기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20~30년 전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하나가 떠오른다. ‘레오나르도’ 다음에 무엇을 답하는지에 따라 중년과 신세대가 갈린다는 이야기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다빈치’를 먼저 떠올리면 중년, 꽃미남 할리우드 배우 ‘디캐프리오’를 떠올리면 신세대라는 것. ‘귀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4050세대 이후는 틀림없이 1990년대 초 방영된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집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의 이름이 ‘귀남(최수종·사진)’과 ‘후남(김희애)’이었다. 7대 독자로 집안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자란 아들의 이름은 아마도 한자로..

에바

에바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0:28 지면보기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나, 방금 7짜 광어를 잡은 것 같은데.” “광어? 그것도 7짜를? 에바야.” ‘뻥(과장)’이 심한 낚시꾼 사이에서 나눌 법한 대화 중 마지막에 등장한 ‘에바’는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 신조어다. 에러 오버(error over·오류/실수 초과)의 줄임말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실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too much(오버하다·과장하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크로아티아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에바 참치’ 캔 사진. [사진 인터넷 캡처] 재밌는 건 신조어 ‘에바 참치’의 등장이다. 왜 수많은 생선 이름 중 하필 참치를 붙였을까. ‘에바 참치’ 유래설 ..

자강두천

자강두천 중앙일보 입력 2022.08.11 00:27 업데이트 2022.08.11 01:5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어제 개봉한 영화 ‘헌트’는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으로 지난 5월 열렸던 제75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바 있고, 오는 9월 개막하는 제47회 토론토영화제에서도 공식 상영된다.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첩보 액션 드라마로 이정재(사진 왼쪽)와 정우성(오른쪽), 두 배우가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한 작품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정우성. [사진 ..

육퇴

육퇴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0:22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며칠 전 지인이 물었다. “우리는 언제쯤 ‘육퇴’가 가능할까?” ‘육퇴’는 ‘육아 퇴근’의 줄임말이다. 아이가 잠들면 그때야 비로소 힘겨운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직장인의 퇴근에 비유한 말이다. 직장인에게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이 소중하듯,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빠(엄마·아빠)들에게 ‘육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꼭 필요한 시간이다. 육퇴를 갈망하는 건 젊은 엄빠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지인의 말인즉슨, 중학교 동창 몇 명과 오래전부터 소액의 ‘계’를 부으며, ‘애들 어느 정도 크면 다 같이 폼 나게 여행 한 번 하자’고 뜻을 모았단다. 그런데 지인은 최근 단톡방에서 “이제 외국여..

법블레스유

법블레스유 중앙일보 입력 2022.07.28 00:26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달 말 방영된 KBS 드라마 ‘미남당’ 1회. 강력7팀에 새로 전입해 온 형사팀장 한재희(오연서)는 팀원들과 통성명도 하기 전, 범인을 잡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다. 범인은 열심히 도망쳐보지만 결국 허공을 날아오른 재희의 발차기 한 방에 쓰러진다. 널부러진 범인의 팔에 수갑을 채우던 재희가 한마디를 날린다. “살아있는 걸 다행으로 알아. 법블레스유.” ‘법블레스유’는 영어 ‘God bless you(당신에게 행운이 깃들길)’에서 따온 신조어다. 한자어 ‘법(法)’과 영어 ‘블레스(bless·축복하다)’를 합친 것으로 ‘법이 너를 살렸다’ ‘법의 은총 덕분에 살아있는 줄 알아’ ‘법 ..

킹받네

킹받네 중앙일보 입력 2022.07.21 00:18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며칠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 에릭 남의 형제들이 출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한국어가 서툴다. 그나마 한국에서 오래 활동한 에릭 남이 한국어에 가장 능통한 편. 삼형제는 여행 내내 초등학생들처럼 투닥거렸는데, 어느 순간 발끈한 막내가 맏형 에릭 남에게 물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하지? 기분 안 좋을 때?” 그러자 에릭 남이 답했다. “요즘 한국에선 이럴 때 ‘킹받다’라고 해.”(사진) ‘킹받다’는 ‘열 받다’를 강조하기 위해 킹(king·왕)을 접두어처럼 사용한 신조어다. 한 마디로 엄청 화났다는 뜻이다. 유사표현으로 ‘KG받네’ ‘킹받드라쉬’ ‘킹받으라슈’ 등이 ..

워케이션

워케이션 중앙일보 입력 2022.07.14 00:24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워케이션(workcation)은 휴가(vacation)와 일(work)이 조합된 단어로, 휴양지에서 놀면서 일도 하는 형태를 말한다. 2010년 전후, 노트북·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공간 제약 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등장했던 신조어 ‘디지털 노마드(digtal+nomad·유목민)’와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 최대 호텔 한 달 살기 플랫폼 ‘호텔에삶’을 운영하는 트래블메이커스가 자사 플랫폼의 장기 숙박 예약 및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거래액은 274% 증가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18일~6월 30일 거래액 규모는 전년 대비 214% 증..

혼놀로그

혼놀로그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0:22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혼놀로그’는 ‘혼자 노는 브이로그’의 줄임말로 혼자 보내는 일상을 브이로그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에 익숙해진 MZ세대는 이제 혼밥·혼술을 넘어 혼커(혼자 커피), 혼공(혼자 공부), 혼운(혼자 운동),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혼캉스(혼자 호캉스), 혼영(혼자 영화), 혼생(혼자 보내는 생일), 혼쇼(혼자 쇼핑) 등 ‘혼놀 문화’를 즐기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 SNS에 올리고 있다. 혼자 보는 영화 ‘혼영’ 인증샷. [사진 인터넷 캡처] 물론 MZ세대가 ‘혼놀로그’에 빠진 이유는 진짜 외로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자신의 삶을 사..

혼토이즘

혼토이즘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0:24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주 소개한 신조어는 ‘혼놀로그’였다. ‘혼자 보내는 일상을 브이로그 영상으로 촬영하기’의 줄임말로 비대면 일상에 익숙해진 MZ세대가 혼커(혼자 커피), 혼공(혼자 공부), 혼운(혼자 운동),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등 ‘혼놀 문화’를 즐기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SNS에 올리는 걸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혼토이즘’은 혼자 사진찍기의 줄임말로 무인 셀프사진관의 한 브랜드 이름에서 따온 신조어다. MZ세대가 자주 찾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등에 가면 무인 셀프사진관을 쉽게 볼 수 있다. 2017년 가장 먼저 시작한 ‘인생네컷’을 비롯해 포토이즘·셀픽스·포토 시그니처·하루필름 등 브랜드도 다양하다. '혼자 ..

여름이었다

여름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00:26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2 Z세대 신조어 퀴즈’ 중 이런 게 있다. “Z세대가 활용하는 ‘여름이었다’의 의미와 가장 가까운 영화 장르는?” ①호러 ②하이틴 ③액션 ④코미디. 신조어 ‘여름이었다’에는 두 개의 뜻풀이가 있다. ‘여름의 청량함을 아련하게 회상할 때 쓰는 문구’ 또는 ‘아무 소리나 쓰고 감성적이고 아련한 문구처럼 보이게 할 때 쓰는 문구’. 그림책 표지 SNS 등에 실제 여름날의 풍경 또는 여름날의 추억 등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영상을 올리면서 해시태그(#)를 붙여 ‘#여름이었다’고 쓴다면 이건 첫 번째 뜻풀이에 해당한다. 꼭 여름이 아니어도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