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233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6> 누릴 복을 아껴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

마땅히 복 아낄 일 해야겠지 (宜行惜福事·의행석복사) ​ 나는 본래 박덕한 사람이니, 마땅히 덕 쌓을 일을 해야겠지. 나는 본래 박복한 사람이니, 마땅히 복 아낄 일 해야겠지. (我本薄德人, 宜行積德事. 我本薄福人, 宜行惜福事.·아본박덕인, 의행적덕사. 아본박복인, 의행석복사.) 위 글은 중국 명(明)나라 문학가인 진계유(陳繼儒·1558~1639)의 ‘眉公十部集’(미공십부집)에 나온다. 사람마다 타고난 팔자(?)가 다르다. 다른 사람보다 타고난 덕이 부족하다고 치자.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남들보다 타고난 덕이 부족하니, 대충 살면 되리라”며, 별 노력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들보다 덕이 부족하니, 열심히 노력해 덕을 쌓는 일을 많이 하리라”며 더 부지런하게 살며 덕을 쌓는다. 복도 마찬가지 이..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5> 덕을 쌓아야 하고 분수껏 살아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

능력은 부족한데 무거운 일을 맡으면 -- 力小而任重·역소이임중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은 적은데 지위가 높고, 아는 것은 적은데 큰일을 도모하고, 능력은 부족한데 무거운 일을 맡으면 재앙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역(易)에서 이르길 ‘솥의 발이 부러져 공이 먹을 음식을 엎으니, 그 몸이 젖어 흉하다’고 했으니, 그 직임을 감당하지 못함을 말한 겁니다.”​ “子曰: ‘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易曰: ‘鼎折足, 覆公餗, 其形渥, 凶.’ 言不勝其任也.”(“자왈: ‘덕박이위존, 지소이모대, 역소이임중, 선불급의.’ 역왈: ‘정절족, 복공속, 기형악, 흉.’ 언불승기임야.”) ​‘주역’의 ‘계사(繫辭)’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경각심을 준다. 세상일은 어느 정..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4> 팔만대장경 말씀은 하나의 마음, ‘마음공부’라는 혜장선사

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 - 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 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목어 소리 속에 뜰 그늘 옮겨가네.(木魚聲裏轉庭陰·목어성리전정음)/ 하늘 꽃 어지러이 지던 건 어느 해 일이던가(天花亂落何年事·천화난락하년사)/ 처마로 보이는 건 쌍쌍이 나는 새뿐이네.(惟見飛檐兩兩禽·유견비첨양양금) 전남 해남 대둔사(대흥사) 승려 아암 혜장(兒庵 惠藏·1772~1811)의 시 ‘山居雜興’(산거잡흥·산속의 잡스런 흥취)로, 그의 문집인 ‘아암집(兒庵集)’에 수록됐다. 일천 상자의 팔만대장경에 들어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음공부’다. 절집에서는 저녁 예불시간에 목어를 두드린다. 법고(法鼓)를 따닥, 둥둥 울린 뒤 목어를 달그락달그락 두드린다. ..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3> 허목의 말처럼 새해엔 말 줄이고 일 많이 벌이지 말자

많은 말을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 毋多言, 毋多事·무다언, 무다사 경계해야 한다. 말 많이 하지 말고, 일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게 된다. 안락을 반드시 경계하고,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 어떤 해가 있을 거라고 말하지 말라. 그 화가 장차 오래가리라. 해 될 게 무어냐고 말하지도 말라. 그 화가 길고도 클 것이다. … 실로 능히 삼가야만 복의 근원이 된다. 입은 무슨 해가 되는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인 것이다. ​戒之哉. 毋多言, 毋多事. 多言多敗, 多事多害. 安樂必戒, 毋行所悔. 勿謂何傷, 其禍將長, 勿謂何害, 其禍長大. … 誠能愼之, 福之根也. 口是何傷, 禍之門也.(계지재. 무다언, 무다사. 다언다패, 다사다해. 안락필계, 무행소회. 물위..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2> 조선 전기 문신인 심의(沈義)가 대취해 쓴 시

아양곡의 높고 깊은 정취 누가 알까 誰識峨洋高與深· 수식아양고여심 ​ 오래된 거문고 맑은 소리 없으니(古琴澹無音·고금담무음)/태고 마음 간직해서라네.(中藏太古心·중장태고심)/세상 사람 종자기가 아니니(世人非子期·세인비자기)/아양곡의 높고 깊은 정취 누가 알까.(誰識峨洋高與深·수식아양고여심)/높고 깊은 정취 분별할 이 없으니(高深旣莫辨·고심기막변)/소리 내든 말든 오직 내 마음이네.(有聲無聲唯我志·유성무성유아지)/아아! 세상에 백아는 늘 있는데(吁嗟乎無世無伯牙·우차호무세무백아)/종자기가 없을 뿐이네.(而無子期耳·이무자기이) ​위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인 대관재(大觀齋) 심의(沈義·1475~?)의 시 ‘大醉縱筆’(대취종필·크게 취해 붓 가는 대로 쓰다)로, 그의 문집인 ‘대관재난고(大觀齋亂稿)’ 권2에 있다..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1> 이상정이 아들에게 글을 제대로 읽어야 함을 강조한 편지

모름지기 시간을 아껴 무릎을 딱 붙이고 글을 읽어라 須惜取光陰, 著膝讀書·수석취광음, 착슬독서 ​ 모름지기 시간을 아껴 무릎을 딱 붙이고 글을 읽어라. 의문이 있거든 바로 선배에게 질문해 완전히 이해하고 입에 붙도록 해서 가슴 속에 흐르도록 해야 힘 얻을 곳이 있게 된다. 건성건성 지나치면서 책 읽었으니 하는 이름만 얻으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須惜取光陰, 著膝讀書. 有疑則問諸先進, 使通透爛熱, 流轉胷中, 方有得力處. 切不可草草揭過, 浪得讀書之名也.(수석취광음, 착슬독서. 유의즉문제선진, 사통투란열, 유전흉중, 방유득력처. 절불가초초게과, 낭득독서지명야.) 위 문장은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1711~1781)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로, 그의 문집인 ‘대산선생문집’에 수록돼 있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0>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낸 시

만족함 알았으면 그만 멈추시게 -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 ​(그대의) 신묘한 계책 천문을 통달하였고(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오묘한 전술 땅의 이치를 꿰뚫었네.(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전쟁에 이긴 공 이미 높으니(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만족함 알았으면 그만 멈추시게.(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위 시는 고구려 살수(지금의 청천강) 대첩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의 ‘與隋將于仲文詩 ’(여수장우중문시·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612년(영양왕 23년) 수나라 우중문·우문술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쳐들어왔다. 고구려는 요동 지역에서 이를 잘 막아냈다. 우중문은 30만 별동대를 구성해 평양을 직접 공격했다. 을지문덕은 평양까지 수나라 군대를 유인했다. 수나라 군..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9> 세상 이치는 공평(公平)하다고 한 고려 시대 이인로

이름 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 名花無實, 彩雲易散·명화무실, 채운이산 천지에 있어 만물은 오로지 좋은 것만 다 가질 수 없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밖에 없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재주가 기특하고 기예가 빼어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하지 않는 이치가 그렇다. 天地之於萬物也, 使不得專其美. 故角者去齒, 翼則兩其足, 名花無實, 彩雲易散. 至於人亦然, 畀之以奇才茂藝, 則革功名而不與, 理則然矣.(천지지어만물야, 사부득전기미. 고각자거치, 익즉양기족, 명화무실, 채운이산. 지어인역연, 비지이기재무예, 즉혁공명이불여, 이즉연의.) ​위 문장은 고려 시대 이인로(李仁老·1..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8> 뒷사람을 생각해 반듯하게 걸어야 한다는 이양연의 시

뒤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네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갈 적엔(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어지럽게 함부로 갈 일 아니네.(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뒤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네.(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위 시는 조선 후기 임연(臨淵) 이양연(李亮淵·1771~1853)의 시 ‘野雪’(야설·들판에 내리는 눈)로, 그의 문집인 ‘임연당집(臨淵堂集)’에 실려 있다. 참으로 무서운 내용을 담은 시다. 바쁜 일상에서 언제나 타의 모범만 되는 언행을 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시인이 들판에 내린 눈을 보고 읊은 것이지만, 그 속에 만고의 진리가 될 경구를 품었다 시인은 아마도 눈밭을 밟고 간 사람의 발자국을 보았을 것이다...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7> 200여 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동다기’의 저자 이덕리

병신년에 옥주로 유배 와서 윤 씨의 집에서 살았다 余以丙申, 恩于沃州, 居尹家 (여이병신, 은우옥주, 거윤가) ​ 나는 병신년 4월에 은혜로 옥주로 유배 와서 성 밖 통정리에 있는 윤 씨 집에서 살았다. 흙벽은 거북 등처럼 갈라지고 방 안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매일 밤 오직 벽 틈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 들렸다. 가을이라 하여 더 많아지는 법이 없고, 겨울을 지나서 더 줄어들지도 않았다. 余以丙申四月, 恩配于沃州, 居城外桶井里尹家. 土壁龜坼, 塵埃滿室, 每夜惟聞蟋蟀於壁間. 當秋而不加多, 經冬而不加小, …(여이병신사월, 은배우옥주, 거성외통정리윤가. 토벽귀탁, 진애만실, 매야유문실솔어벽간. 당추이불가다, 경동이불가소, …) 18세기 학자 이덕리(李德履·1725~1797) 문집인 ‘江心’(강심)에 수록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