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 읽기 국화꽃 망념 중앙일보 입력 2022.10.12 00:20 원영스님 청룡암 주지 법당을 장식한 꽃이 며칠 못 가 금세 시들해졌다. 도량 가득한 국화 향기에 기(氣)가 눌린 것일까. 관상용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역시 가을 국화의 풍미에는 비할 바가 못 되는가 보다. 조석으로 꽃잎을 여닫던 청초한 연꽃이 지더니, 어느새 찬 서리 맞고도 기죽지 않을 국화가 피었다. 그 옛날 다산 선생은 ‘해마다 국화 분 수십 개를 길러 여름에는 잎을 보고 가을에는 꽃을 감상하고, 낮에는 자태를 밤에는 그림자를 사랑했다’(『국영시서』)던데, 나 또한 이 작은 암자에 색색의 국화를 들여놓았다. 정인보와 서정주의 시도 곁들여 써두었다. 법당 계단에 낮게 걸터앉아 소담한 국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옛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