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349

[만물상] ‘영원한 왕조’ 꿈꾼다는 金씨들

[만물상] ‘영원한 왕조’ 꿈꾼다는 金씨들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2.12.10 03:18 2016년 10월 13일 태국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숨지자 북한은 김정은 명의의 조전(弔電)을 보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북은 덩샤오핑·카스트로 등 사회주의 지도자나 김대중·노무현·정몽헌 등 입맛에 맞는 한국 인사들의 부고에만 선택적으로 최고지도자 조전을 발송해 왔다. 태국은 북과 수교하긴 했지만 매년 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미국의 우방이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의 회고록에 이 의외의 조전에 대한 단서가 있다. ▶올브라이트는 2000년 10월 방북 당시 김정일과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했다. 올브라이트가 경제 개방 의사를 묻자 김정일은 “중국식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며 “왕권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가운..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살찐 손가락’ 실수

[만물상] ‘살찐 손가락’ 실수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2.12.09 03:18 2005년 일본 미즈호 증권에서 한 직원이 63만엔짜리 주식 1주를 파는 주문을 내다가 실수로 1엔에 63만주를 파는 주문으로 잘못 입력했다. 90초 만에 실수를 알아채고 주문을 취소했지만 그새 수만건의 주문이 체결됐다. 증권사는 주문을 책임지느라 4000억원대 손실을 봤다. 금융가에선 이런 실수를 팻 핑거(fat finger)라고 한다. 살찐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다 실수하는 것을 말한다. /일러스트=박상훈 ▶2018년 한국에서도 팻 핑거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다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28억주, 110조원어치가 추가 발행된 꼴이었..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독일의 합리적 애완견 세금

[만물상] 독일의 합리적 애완견 세금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12.08 03:10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들개가 된 유기견들이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야생 노루를 잡아먹거나 인근 농가나 목장에서 키우는 닭, 염소 같은 가축을 잡아먹는다. 지난해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실태 조사를 했더니 산림지와 초지가 접한 해발 300~600m 중산간에 들개가 2000마리가량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섬이나 다른 시골 마을도 들개 떼가 있다. 이사 가면서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거나, 휴가 때 섬이나 해변에 개를 버리고 가면 그 유기견들이 동네를 떠돌다 산속으로 들어가 들개로 야생화되고 번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려견·반려묘는 800만마리쯤 된다. 100마리당 1.5마리꼴로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주인을 잃어..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베트남, 적국에서 ‘기회의 땅’으로

[만물상] 베트남, 적국에서 ‘기회의 땅’으로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2.12.07 03:08 13세기 초, 베트남 리(李) 왕조의 왕자가 왕조 교체기를 피해 중국 송나라를 거쳐 고려로 망명했다. 그가 대몽고 전쟁에서 공을 세우자 고려 고종은 황해도 금천군 화산 땅을 하사하며 그를 화산군(花山君)으로 봉했다. 화산 이씨의 시조다.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를 리 왕조 후손으로 인정해 세금, 사업권, 출입국 면에서 베트남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거대 제국 중국과 이웃한 탓에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역사적 시련을 겪었다. 한나라가 북베트남엔 한구군을, 고조선 땅엔 한사군을 설치했다. 당나라 땐 베트남에 안남도호부를, 고구려 땅엔 안동도호부를 설치하며 지배력을 행사했다. 식민지를 거쳐 분단,..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폭격기의 역사

[만물상] 폭격기의 역사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12.06 03:18 하늘에서 적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군인들의 ‘열망’이었다. 1849년 오스트리아군은 소형 열기구 안에 폭탄을 실어 적진으로 날려 보냈다. 공중 폭격의 시초라 할 만했다. 1차 대전 초반 독일 비행선이 런던에 폭탄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첫 비행기가 공중을 날자마자 군인들은 이를 ‘무기’로 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처음엔 정찰용이었다. 한때는 적기를 만나도 인사까지 했다. 결국 조종사들이 서로 총을 쏘았다. 1차 대전부터 조종사들은 조종석에 조그만 폭탄을 싣고 가 손으로 적진에 떨어뜨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효과가 있었다. 근대적 폭격기의 시초일 것이다. 1차 대전 중 각국은 경쟁적으로 폭격기를 만..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한국인의 끈질긴 에너지’

[만물상] ‘한국인의 끈질긴 에너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2.05 03:18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해 쓴 외신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90분을 쉬지 않고 뛰는 한국 선수들은 월드컵 정신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들에 기술로 밀렸지만 그 대신 끈질긴 열정으로 맞섰다. 몸값 비싼 선수들이 다칠까 봐 몸을 사릴 때, 우리 선수들은 이마가 찢어지면 붕대를 했고 코뼈가 부러지면 안면 보호대를 쓰고서 그라운드에 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 팀은 유효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았다. 많은 축구팬이 오히려 “손에 땀을 쥐고 몰입했다”고 했다. 한국 팀은 기술 우위인 우루과이를 쉼 없이 압..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최틀러

[만물상] 최틀러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12.03 03:08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직후 임명된 최병렬 서울시장이 간부들을 불렀다. 그는 “비난에 위축되지 말라. 잘못되면 감옥은 내가 대신 간다”고 했다. 이어 “접시를 닦다 깨는 것은 괜찮지만 접시 깰까 봐 아예 닦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7개월 간 서울시 체제를 뒤바꾸고 ‘안전 시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기자 때 후배가 낙종하거나 기사를 잘 쓰지 못하면 불호령을 내렸다. 독선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했다. 간부 회의 때 선배와 책임 논쟁이 벌어지자 “어디 떠넘기느냐”며 책상을 뛰어넘어 공중 부양했다. 편집국장 시절 권력기관에서 기사 빼라는 요구가 오면 “난 못 하니 당신들이 와서 신문 만들어”라며 수..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상하이방의 종언

[만물상] 상하이방의 종언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2.12.02 03:08 상하이가 서양 역사에 처음 등장한 건 1842년이다.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영국과 난징조약을 맺고 개항한 5개 항구 가운데 하나였다. 수천년간 작은 어촌이던 곳이 하루아침에 유럽 열강의 조계지 건설 각축장이 됐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 내 한 건물에서 중국공산당 제1차 당대회가 열렸다. 상하이에서 1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당이 28년 뒤 베이징 톈안먼에서 오성홍기를 내걸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96세의 나이로 30일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공산당 대회 폐회식 도중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 현 국가..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러시아의 겨울 전쟁

[만물상] 러시아의 겨울 전쟁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2.01 03:18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과 히틀러의 1941년 소련 침공은 모두 6월에 시작됐고 속전속결을 노렸다. 나폴레옹은 50일 치 군량을 준비하라 했고, 히틀러는 4개월 안에 전쟁을 끝내라 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의 겨울을 두려워했다. 러시아가 버티자 나폴레옹은 12월 영하 39도 강추위 속에서 퇴각했다. 먹을 게 떨어진 나폴레옹군은 야포를 끄는 말까지 잡아먹다가 쫓아온 러시아군에 궤멸당했다. 나폴레옹은 “겨울이 우리를 파멸시켰다”고 했다. ▶러시아가 ‘대(大)조국전쟁’이라 부르는 2차 세계대전 때도 추위는 그들의 우군이었다. 우크라이나 평야가 10월에 보름간 내린 비로 진창이 되자 나치 전차가 진군을 멈췄다. 멈춰 선 전..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한국 NASA

[만물상] 한국 NASA 박건형 기자 입력 2022.11.30 03:08 2차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자 미국과 소련은 독일 과학자 포섭 경쟁을 벌였다. 700명이 넘는 독일 과학자가 미국 시민이 됐다. 그중 미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7명은 베르너 폰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팀이었다. 로켓의 아버지라고 하는 폰 브라운은 스무 살 때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A2 로켓을 만들었고, 독일군 로켓연구소에서 군사 로켓 개발을 총괄했다. 미국은 폰 브라운의 나치 독일 부역 기록까지 없던 일로 만들 만큼 공을 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는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안..

만물상 202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