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208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혹시 이게 다 삼국지 탓일까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혹시 이게 다 삼국지 탓일까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2.07.14 03:00 /일러스트=이철원 마니아라고 할 수준은 못 되지만, 삼국지를 여러 번 읽기는 했다. 어렸을 때는 제갈량에 몰입했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소년이어서 무장들에게 빠져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무렵에는 조조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믿었다. 내게도 세상을 불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다. 조조의 시 단가행(短歌行)은 지금도 좋아한다. 유비의 매력을 이해하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사람에게 지략이나 야망과는 다른, 도량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책으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앎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웠다. 나보다 그릇이 훨씬 큰 인사들을 만..

좋은 글 2022.07.14

‘쓰봉’과 ‘우와기’ 기억하시나요

‘쓰봉’과 ‘우와기’ 기억하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2022.03.22 00:32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우연한 기회에 차로 두어 시간을 가야 하는 곳에서 낯선, 그러나 곧 친근감을 갖게 되는 어떤 이를 만났다. 잠시 들렸던 휴게소에서 사 온 맥반석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난데없이 ‘우와기’라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어리둥절하던 그때 콩트 같은 일화가 소개됐다. 오래전 이 낯선 이가 선배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별생각 없이 찢어놓은 오징어 몸통을 집어 드는 순간 “어디서 우와기를 먹어?”라는 질책의 소리가 들렸단다. 까마득한 여자 후배가 다리도 아니고 살이 오동통한 오징어 몸통을 집어 들다니.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이 오징어 몸통을 한..

좋은 글 2022.03.22

말에 담긴 지혜(智慧)

말에 담긴 지혜(智慧) 무시(無視) 당하는 말은 바보도 알아듣는다. 말은 입을 떠나면 책임(責任)이라는 추(錘)가 기다린다. 지적(指摘)은 간단(簡單)하게 칭찬(稱讚)은 길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잔소리는 용서(容恕)가 안 된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라 농담(弄談)이라고 해서 다 용서(容恕)되는 것은 아니다. 표정(表情)의 파워(power)를 놓치지 말라 서서(徐徐)하다: 동작이나 태도가 느리다 서서(徐徐)한 변화(變化)에 찬사(讚辭)를 보내면 큰 것을 얻는다. 말을 하기 쉽게 하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하라 흥분(興奮)한 목소리 보다 낮은 목소리가 더 위력(威力)이 있다. 덕담(德談)은 많이 할수록 좋다. 잘난 척 하면, 적(敵)만 생긴다. 두고두고 괘씸한 생각이 드는 말은 위험(..

좋은 글 2022.02.11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우리는 행복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우리는 행복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두 팔 잃은 남성과 시각장애인 친구, 서로 도와 민둥산을 숲으로 바꿔 샴쌍둥이 남매 로리와 조지는 분리 수술 뿌리치고 “이대로 행복해” ‘장애를 이겨낸 사람들’ 수식은 진부… 위대한 불굴의 정신에 감동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2.08 03:00 중국 허베이성 시골에 사는 50대 남자 자원치는 세 살 때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 밝은 성격을 타고난 그는 장애인 예술단에서 발가락으로 붓글씨를 쓰며 살았다. 그가 15년 전 아픈 아버지를 돌보러 고향에 돌아왔을 때, 어릴 적 친구인 자하이샤는 1년 전 채석장에서 사고를 당해 두 눈을 잃은 상태였다.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부양할 수 없게 된 하이샤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음만 생각..

좋은 글 2022.02.08

疏通의 法則

◎ 소통(疏通)의 법칙法則) ◎ 사람들은 귀 보다 입 때문에 망하는 사람이 많다는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마라! 뒷말은 가장 나쁘다. 궁시랑 거리지 마라! 2.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들을수록 내편이 많아진다. 3.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뜻”은 왜곡된다. 흥분하지 마라! 낮은 목소리가 힘이 있다. 4.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라! x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말을 하라! 5. 내가 “하고”싶은 말보다 상대방이“듣고”싶은 말을 해라! 하기 쉬운 말보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라! 6. 칭찬에 “발”이 달려있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나의 말은 반드시 전달된다. 허물은 덮고 칭찬..

좋은 글 2021.06.19

벗은 좀 잘못해도 벗이다

◎ 벗은 좀 잘못해도 벗이다 ◎ 벗은 좀 잘못해도 벗이다 몽골 징키스칸(1162~1227)은 매사냥을 즐기고 어깨에 앉아 있는 매를항상 친구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어느 날 바위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려는데 매가 종재기를 엎질렀다. 몹씨 목이 마른데 물을 마실려고 하면 매가 계속 엎질렀다. 일국의 칸(Khan, 지배자)이며, 부하들도 다 지켜 보고 있는데 물을 먹으려고만 하면 매가 계속해서 엎질러 버리니 매우 화가 났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여 버리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또 엎지르자 결국 칼로 매를 베어 죽였다. 그리고 일어나서 바위 위로 올라가 물 속을 보니 물 속에 맹독사가 내장이 터져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 물을 먹었더라면 즉사 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매는 그것을 알고 물..

좋은 글 2021.06.12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아버지의 가로등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아버지의 가로등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1.04.29 03:00 | 수정 2021.04.29 03:00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품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한동안 열어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한동안 떨어져 살았기에 평소의 아버지를 만나기가 두려웠다.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기에 통화 내역에 찍힌 내 이름을 마주하기가 무서웠다. 아버지의 폰을 상자에 담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방에 들어올 때마다, 아버지와 단둘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상자를 더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다. /일러스트=이철원 일 년이 흘렀을까, 술기운을 빌려 전원 버튼을 눌렀다. 사진첩에 들어갔다. 사람을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가로등 사진이었다. ..

좋은 글 2021.04.30

[마음 읽기] 어느 봄날의 느린 성찰[출처: 중앙일보]

[마음 읽기] 어느 봄날의 느린 성찰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00:28 원영스님 청룡암 주지 ‘2021 교향악축제’가 있었다. 첼리스트 양성원과 코리안심포니의 협연이 있다 하여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표를 구했다. 딱 한장 겨우 구해 들어간 음악회. 띄어 앉기를 했다손 치더라도 놀랍게도 만석이었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다. 부질없는 것에 탐착하며 사는 삶 저마다 붙잡은 것만 놓으면 될 일 삶을 통제하는 이는 남 아닌 자신 어쨌든 명성으로만 듣던 양성원의 첼로 연주를 직접 듣게 되었으니, 가슴이 엄청 콩닥거렸다. 그런데 음악회가 시작되자 뜻밖의 일이 생겼다. 그리 기대하던 첼리스트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좋은 글 2021.04.28

처음가졌던 소중한 마음

◎ 처음가졌던 소중한 마음 ◎ 처음가졌던 소중한 마음 우리가 무언가에 싫증을 낸다는 것은 만족을 못 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처음 가졌던 나름대로 소중한 느낌들을 쉽게 잊어가기 때문이죠.. 내가 왜 이 물건을 사게 됐던가?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게 됐던가? 내가 왜 그런 다짐을 했던가..? 하나 둘 곱 씹어 생각하다 보면 그 처음의 좋은 느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은 변화 합니다 늘 같을 순 없죠 악기와도 같아요.. 그 변화의 현 위에서 각자의 상념을 연주 할지라도 현을 이루는 악기 자체에 소홀하면 좋은 음악을 연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변화를 꿈꾸지만 사소한 무관심과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이따금 불협 화음을 연주하게 되지요 현인들은 말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

좋은 글 202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