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3> 기 리 이 미 ; 헛똑똑이

사(巳) 이(已) 기(己)는 모양이 비슷하다. 세 한자의 의미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다. 뱀을 뜻할 때 쓰이는 한자는 뱀 사(蛇)다. 뱀 사(巳)는 열두 띠인 12지를 따질 때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의 뜻으로 빌려다 쓴 글자다. 원래 巳는 뱀이 아니라 태아를 그린 한자다. 엄마 뱃속 巳는 아직 바깥 세상으로 나온 생명체가 아니다. 슬슬 바깥 세상으로 나올 때가 되면 이(已)가 된다. 100% 완전하진 않아도 이미 생명체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미 이(已)다. 글자 왼쪽 윗부분 선이 다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선이 다 없어지면 완전한 자기로서의 생명체가 된 것이니 몸 기(己)다. 모든 생명체는 몸(body)을 가지고 있다. 마음(mind) 정신(spirit) 영혼(soul)만 가진 이 세상 생명체는 없..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2> 벌레와 범려 ; 버러지같은 인물

대입수능이나 국민상식 문제로 나올 법하다. 다음 중 네 개의 낱말과 다른 하나의 낱말은? 정답은 차근차근 밝히도록 하겠다. ①벌레 ②충(蟲) ③버그(bug) ④웜(worm) ⑤곤충. 벌레는 한자로 충(蟲)이다. 한자에서 벌레를 뜻하는 부수로 쓰일 때는 줄여서 虫이라고 쓴다. 애벌레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다. 虫이 들어간 한자는 다 벌레다. 모기 문(蚊) 파리 승(蠅) 나비 접(蝶) 벌 봉(蜂) 개미 의(蟻) 거미 주(蛛) 지네 공(蚣) 등등등…. 그런데 고등한 척추동물로 양서류인 개구리 와(蛙)나 파충류인 뱀 사(蛇)도 벌레로 여겨 虫이 들어 있다.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단세포 원생생물인 짚신벌레도 벌레로 여겨서 짚신벌레다. 짚신처럼 보이는 벌레다.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 저(蛆)도 영락없이 벌레다. 환형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1> 머리와 다리 ; 생명체 모양

심심풀이 땅콩이랑 같이 마른 오징어를 먹을 때 가장 맛없는 부위는? ①머리 ②몸통 ③다리. 만일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①번이라고 대답하기 쉽다. 가운데 두툼한 몸통은 살이 부드러워 맛있고 아래쪽 다리는 질겨도 그런대로 씹는 맛이 난다. 하지만 위쪽 머리 부위는 억세고 퍽퍽하며 별맛이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오징어라는 생명체를 전혀 모르고 낸 잘못된 문제다. 문제 자체가 오류다.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은 두족류(頭足類)다. 머리(頭) 아래 다리(足)가 달려서다. 사람은 몸통 아래 다리가 있지만 오징어는 머리 아래 다리가 있다. 즉 오징어는 위로부터 지느러미-몸통-머리-다리의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오징어 머리라고 하면서 맛없게 먹었던 부위는 실은 머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다. 지느러미 아래로 내장과 항..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0> 선구와 원구 ; 하등 동물

다음 중 생명체의 진화적 관계를 보여주는 계통수(系統樹) 관점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해산물은? ①문어 ②새우 ③해삼 ④성게 ⑤멍게. 당연히 지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문어 같다. 의외로 정답은 가장 멍청하게 보이는 멍게다. 문어 새우 해삼 성게는 무척추 동물로 사람이 속한 가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반면에 척삭동물인 멍게는 사람 바로 아래 가지에 있다. 멍게는 자라서 단단한 껍질을 이루고 바닷속 바위에 붙어 살며 척삭이 퇴화한다. 그러나 올챙이 모양으로 살던 어릴 적엔 말랑한 척추인 척삭을 지녔었기에 멍게는 척추동물인 사람과 가까운 척삭동물로 분류된다. 또한 멍게는 입과 항문이 분리된 제법 고등한 생명체다. 다음 중 멍게처럼 입과 항문이 분리되지 않는 생명체는? ①해파리 ②새우 ③해삼 ④성게 ⑤꼼장어.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9> 떡잎과 배엽 ; 생명체 관점

우리말로 잎은 한자어로 엽(葉)이고 영어로 맆(leaf)이다. 우째 발음이 비스무리하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어쨌든 식물의 잎은 최초의 유기물이자 원천의 영양소인 포도당을 만드는 최첨단 고등 기관이다. 떡잎과 배엽의 연관성을 알고 나면 ‘알았다(Eureka)’ 소리가 절로 나온다. 떡잎이란? 떡처럼 생긴 잎이 아니다. 자고 나서 떡진 머리처럼 아무렇게나 뭉친 머리가 아니다. 떡하니 생긴 잎이다. 떡하니 생겨서 떡잎이다. 국어사전에 먹는 떡 말고 다른 떡이 있다. 떡: 훨쩍 바라지거나 벌어진 모양. 그런 떡 모양으로 벌어진 잎이 떡잎이다. 씨 안의 배아(胚芽)가 배젖을 먹고 발아하여 흙 위로 떡하니 벌어져 생긴 잎이다. 그러니까 떡잎은 씨로부터 본(本)잎이 본격적(本格的)으로 피기까지 중간 단계 잎이다.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8> 씨앗과 씨드 ; 종자와 다른 포자

포자식물 포자와 다른 종자식물 종자=씨앗=씨드 파리와 플라이(fly)는 별 연관성 없이 우연히 발음이 비슷해진 걸까? 태풍(颱風)과 타이푼(Typhoon)은 연관성 있는 뭔 인연으로 발음이 비슷해진 걸까? 씨앗과 씨드(seed)도 발음이 비슷하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곰곰이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발음이 너무 비슷하고 인연이라 하기엔 일말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다만 연관성의 실마리를 희미하게나마 찾는다면 어떤 근본이나 원천을 씨(si)로 발음하는 한국인과 서양인의 인간적 공통점이 있었던 듯싶다. 대개 곡식이나 과일 채소의 씨를 씨앗이라 부르지만 씨앗도 씨다. 한자로 종자(種子)다. 성(姓)을 뜻하는 씨(氏)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구별 목적으로 이름 지은 개별적 가문의 종자다. 식물의..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7> 분석과 분류 ; 부족한 인간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식물이 아니고 균이다. 미역은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이 아니고 원생생물이다. 버섯과 미역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통념을 비껴 간다.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의 후예들은 온갖 생명체들을 분석하여 순차적 카테고리별로 분류했다. 인류가 이룩한 훌륭한 지식업적이다. 그러나 생명세계엔 원칙(原則)과 정칙(正則)만 있지 않다. 반칙(反則)도 변칙(變則)도 있다. 생물분류학으로 정확히 분류할 수 없는 요상한 생명체들이 있다. 가령 새삼이 그렇다. ‘새삼스럽게 무슨 말씀을’의 그 새삼 같다. 이때 새삼은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새삼의 정체를 알면 인사말로 쓸 게 아니다. 새삼은 식물계(界) 속씨식물문(門) 쌍떡잎식물강(綱)에 속한다. 겉씨식물보다 나중에 생긴 속씨식물이며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6> 광합성과 열합성 : 고세균 생존방식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다면 쓸어 모아야 한다. 쓸어 모으려면 내 몸의 운동 에너지를 써야 한다. 기적은 없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쓰레기들이 그냥 모이지 않는다. 청소기를 쓴다면 전기 에너지를 써야 한다. 흩어진 것을 모으려면 반드시 에너지를 써야 한다. 자연의 당연한 법칙이다.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써서 흩어진 탄소 수소 산소들을 모아 생명의 바탕이 되는 조직적 유기물을 만드니 광합성이다. 햇빛 광(光)으로 포도당을 합성하는 광합성은 자연이 이룩한 최고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생명의 기초 유기물인 포도당이 없으면 과실도 곡식도 채소도 없다.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도 없으니 고기도 없다. 식물이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땅속에서 물을 흡수하여 포도당을 만드는 광합성 반응식은 자연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애..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5> 분화와 분류 ; 여섯 가지 킹덤

①세균의 줄임말은 균이다. ②진정한 세균인 진정세균의 줄임말은 진균이다. ③고세균은 사람보다 세균 쪽에 가깝다. ④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는 세균의 일종이다. ⑤김 미역 다시마 등은 식물이다. ⑥원생생물은 가장 원시적인 최초의 생명체다. ⑦생명은 동물과 식물 두 종류로 분류된다. ⑧버섯은 식물에 속한다. ⑨이끼는 물속에서 사는 곰팡이다. ⑩효모와 효소는 같은 낱말이다. 10개의 OX 문제가 있다면 몇 개가 맞을까. 거의 다 맞는 말 같지만 아니다. 모두 다 틀렸다. 이럴 수가! 이렇게 말해야 맞다. ①원핵생물인 세균보다 진화한 균은 진핵생물이다. ②진정세균은 병원균 유산균과 같은 박테리아이며 진균은 효모 곰팡이 버섯 무좀균과 같은 균이다. ③분자생물학 차원에서 고세균은 세균보다 사람 쪽에 가깝다. ④단세포로..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3> APT와 ATP ; 생체 에너지

아파트인 아파트먼트(apartment), 부서인 디파트먼트(department), 정당인 파티(party), 빨치산인 파르티잔(partiasan), 칸막이인 파티션(partition). 이들 영어에 공통적으로 있는 단어는? part다. 부분이라는 뜻이다.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이 독립적 개별적으로 조각조각 따로따로 이루어진 아파트(apart)의 명사형이 아파트먼트(apartment)다. 아파트먼트 형태의 주거단지가 아파트먼트 하우스다. 한국식 영어로 아파트(apt)라고도 쓴다. 외국에서 들어온 문물이 우리나라에서 외국보다 더 번성한 것들이 많은데 아파트가 그렇다. 대한민국은 가히 아파트공화국이다. 전 국민의 2/3가 아파트에서 살며 그 수는 아직도 활기차게 느는 중이다. 이토록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의 A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