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1368

[조용헌 살롱] [1361] 꾀꼬리를 찾아 보거라!

[조용헌 살롱] [1361] 꾀꼬리를 찾아 보거라!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2.08.22 00:00 경봉선사(鏡峰禪師·1892~1982)는 도를 통한 도인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사가 계신 통도사 극락암을 찾아왔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생선 장수도 찾아오고,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도 오고, 선방 수좌들도 왔다. 빈부귀천이 모두 와서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하고 인생의 길을 물었다. 통도사는 불지종가(佛之宗家)라고 불리는 사찰이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스케일이 큰 사찰이다. 뒷산의 바위 봉우리 모습이 독수리 형상이다. 독수리 ‘취(鷲)’자를 써서 산 이름도 영취산(靈鷲山)이다. 경봉은 180㎝가 훌쩍 넘는 키였으므로 그 당시로서는 장신이었다. 영취산의 영안(靈眼)..

column 2022.08.22

[조용헌 살롱] (1360) 무속(巫俗)의 허와 실

[조용헌 살롱] (1360) 무속(巫俗)의 허와 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2.08.15 00:00 무속은 간단하지 않다. 1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원시 종교이다. 무속에는 3대 기능이 있다. 첫째 예언, 둘째 치병(治病), 셋째 안심(安心) 기능이다. 따지고 보면 이 3가지 기능은 제도권 종교의 역할과도 겹쳐지는 부분이다. 무속과 제도권 종교는 그 기본 골격이 같다는 말이다. 우선 안심 기능을 보자. 프로이드와 카를 융의 후예들이 이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무속에 가지 않고 심리상담소로 가게 되었지만 일부 한국 사람은 무속에 가야지 속이 시원해진다. 20년 전쯤 우면산 아래에 사진점쟁이라고 하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는데, 여기로 점을 치러 가면 특징이 열댓명의 고객들을 한 방에..

column 2022.08.16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을 빨리 잊어라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을 빨리 잊어라 중앙일보 입력 2022.07.25 00:38 이하경 기자중앙일보 주필·부사장 구독 이하경 주필·부사장 필자의 오랜 벗은 “수사에 몰두하던 검사 시절에는 길을 걷다 마주오는 멀쩡한 사람을 보고도 ‘어떻게 추궁하면 구속시킬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라고 고백했다. 검사에게는 이렇게 유죄와 무죄,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는 강박이 있다. 범부(凡夫)의 평화로운 일상을 수호하기 위해 긴장하는 칼잡이의 정의감은 일단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어두운 측면도 있다. 특별조사실의 육중한 철문이 “쾅” 닫히는 순간 감금됐음을 실감하는 피의자는 공포에 거의 혼절한다. 겁주기와 회유를 포함한 다양한 신문 기술이 동원되면 무력한 피의자는 체념 상태가 된다. 그래서 어떤 검사들은 천하의 누구..

column 2022.07.25

[조용헌 살롱] [1357] 화순 부잣집 젓갈

[조용헌 살롱] [1357] 화순 부잣집 젓갈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2.07.25 00:00 삼복더위에는 입맛이 떨어진다. 더위에 입맛 떨어질 때 젓갈을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젊었을 때는 몰랐다. 중장년이 되면서 그 깊은 맛을 알게 된 반찬이 바로 젓갈이다. 짭짤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맛이 섞여 이게 묘한 작용을 한다. 젓갈이 목구멍을 스치면서 배 속으로 내려가면 더부룩한 위장 상태를 정리해 주는 것이다. 서양 음식은 달달하면서 더부룩하고 느끼한 감을 주는 게 많다. 이걸 잡아내는 맛이 젓갈이다. 전남 화순의 만연산(萬淵山) 자락에 덕헌 조갑환(1890~1984) 선생이 살았다. 만연산의 모양이 뾰쪽뾰쪽 화기가 많아서 아마도 이름을 ‘만개의 연못이 있는’ 만..

column 2022.07.25

부처·원효·임제 가르침에서 지혜를

부처·원효·임제 가르침에서 지혜를 중앙일보 입력 2022.07.22 00:30 탄탄 불교중앙박물관장 나라가 어수선하다. 새 정부 초기의 혼란으로만 보기엔 여러 정황이 염려스럽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 위기에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까지 몰려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장관급 고위직이 잇따라 네 명이나 중도 사퇴해 인사 혼란이 빚어졌고, 여당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사태도 벌어졌다. 권력 실세라는 ‘윤핵관’ 인물들이 웃고 있는 얼굴 사진을 포털 사이트에 내걸자 “나라 안팎 사정이 한가해 보이냐”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통령 취임식 전후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나라 혼란, 현실 바로봐야 하는데 엉뚱한..

column 2022.07.22

[윤희영의 News English] 韓·美 동맹이 유의해야 할 세 가지 교훈

[윤희영의 News English] 韓·美 동맹이 유의해야 할 세 가지 교훈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7.19 00: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비린내 나는 전쟁(bloody war)이 한·미 양국의 북한 제지 노력에 세 가지 중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이 지적했다. 다음은 간추린 내용이다. “첫째 교훈은 계속되고 있는 전쟁을 통해 드러난(be disclosed throughout the ongoing conflict) 러시아의 형편없는 군사 작전 수행 능력에서 볼 수 있다. 수량적인 우세(quantitative superiority)가 군수 지원, 훈련, 지휘, 공중 지원 등의 결점을 보완할(compensate for the shortcomings) ..

column 2022.07.19

[기자수첩] 죽이는 미술관?

[기자수첩] 죽이는 미술관? 정상혁 기자 입력 2022.07.15 03:00 링거팩에 금붕어를 가둬놓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동물 학대 논란으로 부분 철거된 작품 'Fish'. 작가는 "치료의 공간에서 죽어가는 생명이라는 이중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립미술관 “아, 이건 좀….” 전남도립미술관이 난데없는 동물 학대 논란에 휘말렸다. 링거팩에 금붕어를 한 마리씩 넣고 밀봉해 매단 뒤 서서히 죽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출품작(‘Fish’) 때문이다. 전시 개막 열흘 만에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가 폐사했다. 일부 시민에게서 “잔인하다” “남녀노소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동물보호 단체까지 가세했다. 미술관은 결국 금붕어를 모두 회수했다. 예술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때로 ..

column 2022.07.19

[조용헌 살롱] [1356] 씻김굿의 누룩

[조용헌 살롱] [1356] 씻김굿의 누룩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2.07.18 00:10 씻김굿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우리 사회에 악감정이 많이 쌓여 있어서 거의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분노, 증오, 상처를 씻어 주는 게 씻김굿의 목적이다. 살아생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으나 해보지 못한 한(恨), 꼭 한번 가져보고 싶었으나 가져보지 못한 한을 씻어내야 한다. 이걸 털고 가야 한다. 그러나 이걸 어떤 방법으로 털어낸단 말인가! 방법이 문제다. 아마도 수천년 세월 동안 경험이 축적되면서 고안된 방법이 씻김굿이 아닌가 싶다. 씻김굿이야말로 한국 무속신앙의 핵심이다. 우선 죽은 사람의 옷을 대나무 자리(또는 돗자리)로 둘둘 말아서 그 댓자리를 세운다. 이걸 ‘영돈말이’..

column 2022.07.18

[동서남북] 장군 진급 포기한 ‘탑건’ 대령의 사명감

[동서남북] 장군 진급 포기한 ‘탑건’ 대령의 사명감 영화 속 주인공은 만년 대령… 진급 못해도 항상 본분에 충실 일에서 의미·보람 찾을 수 있게 직무환경 다시 설계해야 이위재 기자 입력 2022.07.18 03:00 36년 만에 속편을 만들어 화제가 된 미국 영화 ‘탑건 매버릭’을 두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가는 시대 아직 어림없다 외치는 사자후” 같은 갖가지 호평이 줄을 잇는다. 그중 눈길을 끈 문구는 “본분에 충실한 ‘장포대’를 위한 헌사”였다. ‘장포대’는 우리 군(軍) 은어 중 하나. ‘장군을 포기한 대령’을 줄인 말이다. 장군 진급에서 연거푸 탈락한 뒤 정년 퇴임(예편)만 기다리는 대령을 뜻한다. 어감에서 느껴지듯 ‘장포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계급은 높지만 이미 미래를 포기한 탓에 대..

column 2022.07.18

[윤희영의 News English] 아이들 머리 나쁜 게 아빠 탓? 엄마 탓!

[윤희영의 News English] 아이들 머리 나쁜 게 아빠 탓? 엄마 탓!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7.14 03:00 일찌감치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중년 남성(middle-aged man with receding hairline) 아무개씨는 어머니를 원망했다. 머리털은 어머니 쪽을 닮는 외탁을 한다고(take after his mother’s side)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갈머리 없어지도록 똑똑하다는 소리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아무개씨는 아버지도 원망스러웠다. 머리 바깥이야 그렇다 치고, 머릿속 두뇌는 아버지 쪽 유전에 따른(be due to his father’s genetic inheritance) 것이라고 들었던 터다. 그런데 둘 다 근거 없는 믿음(myth)이다. 부모로부터 특..

column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