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소원(疏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소원(疏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4. 5. 15:39 '왜 모질게도 긴 담을 쌓았을까'. 낯설어진 중국을 보면서 새삼 돌아보는 중국의 장벽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짐을 지칭할 때 쓰는 낱말이다. 가까이 있었으나 멀어진 사람, 또는 그런 관계를 모두 지칭한다. 막역했던 친구가 어느 날 문득 낯선 상대로 여겨질 때 이 말을 쓸 수 있다. 단어를 구성하는 첫 글자 疏(소)의 원래 새김을 푸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막혀 있던 것을 트이게 만드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소통(疏通)이다. 가득 차거나, 빽빽하게 막혀 있던 무언가를 뚫거나 잘라 다른 곳과 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6. 투기(投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6. 투기(投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29. 15:47 북송의 유명 문인이자 관료인 구양수의 초상. 시에서 '투기'라는 말을 사용했다. 예전에 한 번 이 제목으로 글을 썼다. 어딘가 불량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단어가 투기(投機)다. 많은 한자 낱말이 그렇듯이 이 말에도 나름대로 유래를 살펴 볼 여지가 있다. 본래의 출발점에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는 이, 친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에 자주 올리는 명구가 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면 천 잔도 적다 할 것이요, 배포가 맞지 않는 이와 얘기를 나눈다면 반 마디 말도 많다 할 것이리(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 송(宋)대 유명 문인이자 관료였던 구양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5. 탄관(彈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5. 탄관(彈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22. 15:17 왕조 시절 벼슬아치들이 썼던 관(冠)의 일종이다. 여기에 낀 먼지를 털어낸다는 말이 탄관(彈冠)이다. 쓰임이 많지는 않지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다. ‘튕기다’ ‘털다’라는 새김의 彈(탄), 머리에 쓰는 모자 冠(관)의 합성인 탄관(彈冠)은 ‘모자에 얹힌 먼지를 털어내다’의 원래 새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벼슬에 나갈 준비를 하다’는 의미까지 얻는다. 이 말은 당초 전국시대 초(楚)나라 유명 시인 굴원(屈原)의 에 나온다. “머리 감은 사람은 모자의 먼지를 털고, 몸을 씻은 이는 옷을 털어낸다”는 맥락이다. 이 흐름에서 보자면 탄관은 원래 제가 가늠한 목표대로 자신을 추스른다는 뜻이다. 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4. 한자본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4. 한자본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14. 15:27 어느덧 4년 여 한자 칼럼을 집필했습니다. 그 동안 써온 글 책으로 처음 엮었습니다. 제목은 으로 했습니다. 한자에는 비와 바람이 늘 세찼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전쟁과 재난, 생존을 위한 가혹한 싸움의 그림자를 담은 글자체계가 한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자의 사고는 늘 노심(勞心)과 초사(焦思)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그 안에 없지는 않지만, 큰 흐름은 아무래도 살아남아 무엇인가를 거두고 이루려는 사람들의 긴장감에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게서 더 나아간 지혜의 발현도 한자의 특색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에 본색(本色)을 넣었습..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3. 폭로(暴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3. 폭로(暴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8. 13:11 나무가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는 겨울은 자연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절이다. 송(宋)대의 문인이자 관리였던 동파 소식(蘇軾)은 현재의 중국 장시(江西)성 여산을 구경했을 때 유명한 시를 남긴다. “좌우로 둘러보니 등성이지만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 봉우리다/멀고 가깝기와 높낮이 모두 다르다/ 여산의 진면목을 왜 모르는가 싶었는데/이 몸이 그 산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세(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진면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다. 이 단어로 시는 더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담긴 철리(哲理)적 취향이 핵심이다. 눈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2. 존엄(尊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2. 존엄(尊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2. 09:43 동양 고대 청동기의 제기(祭器) 중 하나인 尊(존, 또는 樽으로도 적는다). '존엄'이라는 단어의 맥락을 엿볼 수 있는 그릇이다. 원래 좋은 말이다. 지위가 높으며 품격 또한 우뚝한 사람에게 따르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높아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따르는 말이 곧 존엄(尊嚴)이다. 그러나 북한 세습 왕조 추종자들이 제 권력자를 이로써 표현한 지가 제법 오래여서 개운치 않기도 하다. 낱말을 이루는 두 글자는 본래 상당수의 한자가 그렇듯이 주술(呪術)과 제례(祭禮)에 뿌리가 닿아 있는 듯하다. 우선 尊(존)이라는 글자에는 술, 또는 술 담는 제기(祭器)를 가리키는 酉(유)라는 글자요소가 등장한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1. 발생(發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1. 발생(發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2. 22. 15:07 겨울의 한기를 이기고 올라와 꽃을 막 피우려는 진달래. '발생'은 봄의 별칭이다. 생겨나는 일, 또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 낱말이 발생(發生)이다. 자주 쓰는 한자어다.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지는 일이나 그런 상황이다. 대개는 돌출하는 경우다. 없다가 문득 생겨나는 것을 가리킨다. 단어를 이루는 글자 둘은 모양새가 뚜렷하다. 앞의 發(발)은 인류사회의 초기부터 줄곧 등장한 싸움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우선 글자 윗부분은 사람의 발자취, 아래 요소는 활을 잡고 쏘는 행동을 가리켰다고 푼다. 그래서 싸움에 나선 사람이 활을 잡고 상대를 향해 쏘는 동작이다. 이로부터 퍼진 새김이 ‘생겨나다’ ‘시작하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0. 골육(骨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0. 골육(骨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2. 15. 14:20 북한 김일성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6.25전쟁 피난민 모습. 3대 세습자 김정은 골육상잔의 잔악함을 선보였다. 뼈와 살을 일컫는 단어가 골육(骨肉)이다. 직접적으로는 사람의 신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곧 뼈와 살을 함께 나눈 사람, 가족이나 친척의 의미를 더 얻는다. 부모와 자식을 일컫고, 더 나아가 같은 유전형질을 지닌 동성(同姓)의 친척을 가리키기도 한다. 뼈와 살을 나눈 사이, 같은 핏줄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은 무척 가깝다. 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좇다 보면 함께 공유한 핏줄이 실제의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결합제로 작용한 사례를 제법 풍부하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9. 와해(瓦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9. 와해(瓦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2. 8. 14:14 경복궁 만춘전의 모습이다. 지붕의 기와를 두고 만든 낱말이 와해(瓦解)다. 우리 쓰임새가 매우 많으면서도 원래 뜻을 따질 때 다소 궁색해지는 단어가 와해(瓦解)다. 기왓장이 무너지거나 깨진다는 의미로 우리는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힘없이 무너지는 어떤 것, 또는 그런 상태를 일컫는 데 쓰인다. 그러나 그 뿌리를 찾아보면 이상한 구석과 마주친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옛 제조 공법에서는 원통형 틀을 만들어 흙을 다져 놓고 굳힌 뒤 틀을 4등분으로 깨서 기왓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원통형 틀을 쪼개 기왓장 넷을 만드는 일을 와해(瓦解)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그로부터 와해가 떨어져 나가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8. 탄식(歎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8. 탄식(歎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2. 1. 15:00 책 제목 관지(觀止)는 경탄, 탄복과 관련이 있는 말이다. 예전 글에서 사람의 날숨과 들숨, 즉 호흡(呼吸)을 설명한 적이 있다. 내쉬는 숨은 呼(호), 들이마시는 숨이 吸(흡)이다.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동작을 가리키는 글자는 息(식)이다. 탄식(歎息)은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이다. 歎(탄)은 嘆(탄)으로도 쓴다. 그래서 탄식에 앞서 등장한 단어는 태식(太息)이다. 크게 호흡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낱말이다. 때로는 장식(長息)으로도 적었다. 길게 호흡을 하는 동작이다. 둘을 한 데 엮어 장태식(長太息)으로도 적는다. 마찬가지 뜻이다. 우리는 흔히 장탄식(長歎息)이라고도 한다. 쉽고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