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일본 桓武王

[이규태 코너] 일본 桓武王 조선일보 입력 2001.12.24 19:49 일본의 옛 서울인 교토(京都)히라노마치(平野町)에 히라노신사(平野神社)가 있다. 이 신사 때문에 마을 이름이 생겼을 만큼 역사도 깊고 신사 격(格)도 최상위다. 이곳에 모신 이마키신(今木神)은 바로 일본 50대 간무왕(桓武王)의 외할아버지다. 이마키란 외국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이란 뜻으로 백제를 뜻했으며 이마키신은 간무왕을 낳은 대비(大妃)의 할아버지다. 12세기 일본 왕궁에서 불렀던 어가(御歌)에 '간무왕의 외조부는 백제 무령왕(武寧王)의 5대손 '이란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간무왕은 무령왕의 9대손인 셈이다. 대대로 하급관리를 해오던 가계에 태어난 이 백제의 딸이 간무왕의 부왕의 눈에 들어 그 사이에 2남1녀를 낳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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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포경수술

[이규태 코너] 포경수술 조선일보 입력 2001.12.25 20:14 유태인은 사내아기가 태어나면 8일 만에 고추를 싸고 있는 포피를 환상으로 잘라내는 의식을 베푸는데, 이를 서컴시전(Circumcision)이라 한다. 우리나라나 중국에는 이 같은 관습이 없어 나타내는 말이 없었는데 일본에서 이를 할례라 호칭하여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유태인들은 그것을 신으로부터 유태인으로 인증받는 도장찍는 일로 신성시한다. 그 기원에 대해, 첫 사내아이는 신에게 속하는 아이로, 신단에 희생 살아하던 관습이 할례로 완화됐다는 설이 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아들을 신단에 바치려 했던 것을 신이 저지시킨 후부터 할례는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의 계약이요, 할례를 치르지 않으면 신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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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의사 인성고시

[이규태 코너] 의사 인성고시 조선일보 입력 2001.12.26 20:17 일본에서는 의사자격 국가시험 이전에 환자를 대하는 인성시험을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환자를 얼마나 존중하며 정성을 들이고 친근감이나 신뢰감으로 교감하고 있는가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시범실시해 본 결과 의대 졸업생 100명 중 5명꼴로 학과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도 인성시험에서 낙제했다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간적 교감은 우리 의료계가 안고 있는 누적된 폐단으로 귀를 솔깃하게 하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조선조 역대 임금 가운데 세조만큼 신병으로 고생을 많이 한 임금도 없을 것이다. 팔도에 소문난 온천을 돌아다니며 요양을 했고 명의라는 명의는 모두 불러 접해 보았다. 그 풍부한 체험 끝에 '심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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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못돌아온 할머니들

[이규태 코너] 못돌아온 할머니들 조선일보 입력 2001.12.27 20:21 일제 때 강제 차출되어 곤욕을 치렀던 위안부 가운데 올해만도 5명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엊그제 추모회를 가졌다. 70대 후반인 해외의 위안부 할머니들도 그리운 고향에 못 돌아오고 14명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전선에 차출된 위안부가 그만하다면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전선에 차출되었다가 돌아오지 못한 많은 위안부가 있었을 것임을 미루어 상상할 수 있다. 어쩌다가 어릴 때 떠난 그리운 고향에 못 돌아오고 낯선 이역의 넋이 되어 영원히 중공(中空)을 울어 헤매는 길을 택해야만 했을까. 병자호란 때 오랑캐들은 전리품으로 여인들을 납치해 갔었다. 남다여소(男多女少)로 늙는 홀아비가 상식인 데다 형제들이 한 아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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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歲暮 보시

[이규태 코너] 歲暮 보시 조선일보 입력 2001.12.28 19:52 화가 밀레의 대표작으로 '이삭줍기 '를 기억할 것이다. 가난해 보이는 세 농부(農婦)가 누추한 옷차림으로 이삭을 줍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의 주제는 근검절약이 아니라 '구약성서 '에 있다. '곡식을 거둘 때 모조리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을 모아 갖지 말지어다 '라고 '레위기 '에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이삭은 병든 홀아비, 의지할 곳 없는 노인, 그리고 과부·고아들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관행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을 위한 베풂의 문화는 꽤나 발달했었다. 중국사신 기록인 '고려도경 '에 보면 개성에서는 여름날 집집마다 물항아리를 묻어두고 행인에게 베푸는 시수보시(施水布施)를 했으며 한양 북촌의 마님들은 세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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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해맞이 증후군

[이규태 코너] 해맞이 증후군 조선일보 입력 2001.12.30 19:19 스위스 알프스의 리기산상에 등산열차가 도착한 것은 해질 무렵이었다. 열차에서 내린 많은 손님들의 오르는 방향이 양분되었는데 한패는 정상께 있는 호텔로 가는 대열이고, 다른 한패는 지는 해를 보러가기 위한 대열이었다. 흥미있는 것은 호텔행은 주로 동양계 손님이요, 지는 해 구경행은 주로 서양계 손님이었다는 점이다. 토산품 파는 알프스 아가씨들도 이 늦은 밤 손님을 노려 하산을 늦추고 있었다. 반면에 이른 새벽 알프스 뿔피리 소리에 기상해 해돋이 구경가는 대열은 동양계 손님인데 예외가 없었다. 어둠에 친화력을 갖는 문화권과 어둠을 거부하는 문화권이 선명하게 식별된 셈이다. 한국에 있어 밤의 세계는 귀신들의 세상으로 인간 행동을 정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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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山

[이규태 코너] 山 조선일보 입력 2002.01.02 20:34 육당 최남선은 세계의 산왕(山王) 선거 현장을 중계하는 글을 남겼다. 현장은 천제(天帝)가 계시는 수미산상이요, 후보산인 중국의 곤륜산(崑崙山) 인도의 대설산(大雪山) 유럽의 알프스 미국의 록키가 내로라하고 개표진행을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윽고 멀리서 은은히 선악(仙樂)을 타고 산왕이 드러난다. 「숨기었던 색시가/너울에서 나오매/거룩하신 화관이/절로 와서 얹히네/구원의 빛 넘치는/임의 눈을 보아라/해가 아니 뜬대도/어둠 다시 없겠네.」 산왕으로 뽑힌 금강산(金剛山) 찬송이다. 유엔은 올해를 개발과 전쟁으로 신음하는 산을 지키고 존엄을 되찾는 캠페인을 벌이는 산의 해로 정했다. 지금 세계 인구 60억명 가운데 10분의 1이 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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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편식(偏食) 입시

[이규태 코너] 편식(偏食) 입시 조선일보 입력 2002.01.03 19:54 네팔 히말라야 지역을 걷다보면 염소장터를 이따금 볼 수 있다. 비탈이 심한 데다 식생이 각박한 이 고산지대에서 방목할 수 있는 유일한 짐승이 염소다. 한데 그 값이 체중이 많이 나가고 덜 나가는 것에는 아랑곳없이 그 염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방목을 하면 예외 없이 풀을 뜯어내리는데 이를 하향양(下向羊)이라 한다. 이를 먹어내리지 못하게 채찍질하여 풀을 뜯어먹어 오르는 상향양(上向羊)으로 고쳐놓지 않으면 내내 버릇을 못 고치고 만다 한다. 하향양은 당장 편하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식생이 그치는 비탈의 바닥에 이르고, 또 대다수가 하향을 하기에 경쟁이 심해 굶주림이 가속되지만 상향양은 당장 힘드나 수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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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당당해진 개고기

[이규태 코너] 당당해진 개고기 조선일보 입력 2002.01.04 20:00 한국에도 다녀간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어느 나라 문화건 3단계로 발전을 거듭해나간다고 했다. 1단계는 자기네 전통문화만을 고집하는 전통문화시대다. 세상이 좁아지면서 우세한 외래문화를 흠모하고 따르려 하며 1단계 문화를 열등시하는 2단계 외래문화시대에 접어든다. 2단계에 성숙하다 보면 자기네 전통문화가 열등한 것이 아니라 존재 이유가 드러나 보이고 이를 외래문화에 발전적으로 절충 융합시키려 든다. 이를 미드는 3단계 동일성 문화시대라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한국 개고기 음식문화를 둔 시비가 재연되어 왔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도 이 개고기 시비가 치열했었다. 88올림픽 때는 개고기 문화에 대해 수세요,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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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占집 성업

[이규태 코너] 占집 성업 조선일보 입력 2002.01.06 19:58 점시장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신세대 취향에 맞게 인터넷에도 진출, 한 달에 복채를 3억2000만원이나 버는 사이버 점집도 있다 한다. 과거에 일곱 번 낙방한 노(老)서생이 실력이나 노력이 자기만도 못한 사람들이 급제한 데 불만을 품고 옥황상제에게 상소를 했다. 이에 기량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놓고 술시합을 시켰다. 기량의 신은 석 잔에 나가떨어지는데 운명의 신은 일곱 잔까지 마셨다. 「보았는가. 인생사란 노력해서 쌓은 기량은 열 칸에 세 칸을 차지하고 나머지 일곱 칸을 운이 지배한다는 것을ㅡ」했다. 이스라엘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하는 일마다 안되는 유대인 하나가 고명한 랍비(성직자)를 찾아가 도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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