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한자 71

[카페 2030] 사자성어 말잔치

[카페 2030] 사자성어 말잔치 정상혁 기자 입력 2021.12.31 03:08 몇 년 전 방영된 ‘SNL 코리아’에서 개그맨 유세윤이 사자성어 아닌 사자성어를 구사하고 있다. 해설만 번지르르하다. /tvN 자고로 문자 가려 써야 한다. 상황 파악 못 하고 교양을 과시하려다 되레 수준을 의심받는다. 조선 후기 설화집 고금소총(古今笑叢)에 나오는 ‘문자 쓰다 장인 잃은 사위’ 이야기는 그 오랜 증거다. 밤중에 호랑이가 나타나 장인을 물고 갔는데, 얼른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글깨나 읽은 사위는 “원산맹호(遠山猛虎) 래오처가(來吾妻家)…” 문자 늘어놓으며 유식한 티 내느라 바쁘고, 그사이 장인은 호랑이 밥이 된다. 교수신문은 20년째 연말마다 당해의 세태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

시사한자 2022.01.0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유광종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우리 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성철(性徹) 스님의 말로도 유명하다. 자명한 이치, 눈앞에 있는 것 그대로의 깨달음, 본원(本原)으로의 회귀 등을 깨우치는 말이다. 원전은 중국의 송대(宋代) 청원행사(靑原行思)라는 선종(禪宗) 대사가 남긴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산은 산이었고 물은 그저 물이었다. 뒤에 볼 때 산은 산이 아니었고 물은 물이 아닌 듯했다. 끝내 산을 볼 때 산은 역시 산이었고 물은 역시 물이었다 (看山是山, 看水是水. 看山不是山, 看水不是水. 看山仍然山, 看水仍然是水)”는 내용이다. 세 가지 마음 경계를 가리킨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초심의 상태, 수행을 할 때 찾아드는 부정과 의심, 그러나 종내 깨달음을 얻었..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위기 (危機)

유광종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 휩싸여 있다. 평온을 뒤집는 危機(위기)는 미리 알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앞 글자 ‘危(위)’는 사람이 높은 벼랑 같은 곳에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다. 매우 위태롭다. 다음 글자 ‘機(기)’는 화살을 멀리 쏘는 석궁, 즉 예전의 쇠뇌인 弩(노)의 방아쇠 뭉치다. 한 번 쏘면 화살은 멀리 날아가 사라진다. 방아쇠를 가리키는 機(기)는 그로써 다음 상황으로 번지는 길목, 요소, 계기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기’는 위험한 상황이 번질 수 있는 때다. 그런 요소가 집중하는 경우를 그래서 우리는 機會(기회)라고 한다. 한자 세계에서는 위기를 그려내는 형용이 퍽 발달했다. 눈썹이 타는 절박한 상황을 燃眉(연미)라고 적었다. 계란이 쌓여 곧 무너져 깨지는 ..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紛(어지러워질 분) 亂(어지러울 란)

유광종 어지러운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앞 글자 紛(분)은 실(絲)이 나뉜(分) 모양이다. 옛 전쟁터의 깃발과 관련이 있다. 깃발 끝부분 장식을 위해 달린 ‘술’이란다. 바람에 흩날리기 쉽다. 그러니 갈라져 뭉치지 않는 상태 등을 가리킬 때 자주 쓴다. 다음의 亂(란)이라는 글자도 궁금하다. 쓰임새가 앞 글자에 비해 훨씬 많다. 역시 실과 관련이 있다. 초기 글자꼴은 실뭉치가 어딘가에 걸려 있고, 두 손으로 엉킨 실을 풀어가는 모습이다. 그로써 얻은 뜻이 엉켜 있는 실타래, 어질러져서 손을 대기 힘든 상태 등이다. 퍽 익숙한 글자다. 전쟁 등으로 벌어지는 어지러운 상황이 동란(動亂)이다. 전쟁 그 자체를 일컬을 때는 전란(戰亂)이다. 모든 것이 섞여서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이 오..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輕(가벼울 경) 率 (거느릴 솔)

유광종 행동이 야무지지 못해 믿음직스럽지 않다. 심지어 가벼워서 위험해 보인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경솔(輕率)이다. 뒤의 글자 率(솔)이 퍽 궁금하다. 글자 초기 꼴에서는 가운데의 실 뭉텅이 (사)가 두드러진다. 주변을 이루는 점들은 물 또는 물기를 표현했다고 본다. 뭉친 실, 즉 밧줄에다가 물이 그려진 형국이다. 그래서 동아줄로 물 위의 배를 끄는 행위라고 풀 수 있다. 그로부터 얻은 뜻이 ‘이끌다’ ‘끌어가다’ 등이다. 무리를 이끄는 행동을 인솔(引率)이라고 적는 경우가 우선이다. 대중을 끌어가는 동작은 통솔(統率)과 솔선(率先)이다. 한 지붕 밑에서 사는 식구는 달리 식솔(食率)이라고 적는다. 남을 이끄는 사람은 일종의 모범(模範)이라고 볼 만하다. 그래서 다른..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積(쌓을 적) 弊(해질 폐)

유광종 積(적)이라는 글자는 과거 농작물로 세를 바치던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세를 내기 위해 쌓은 농작물이다. 그로부터 높이 쌓는 행위 또는 그런 모습을 일컫는 글자로 자리를 잡았다. 다음 弊(폐)가 궁금해진다. 이 글자의 두 부분 중 왼쪽은 과거 동양에서 하반신에 두르는 치마에 가까운 옷이다. 그 옷감을 무엇인가로 두드리는 (복)이 합쳐졌다. 그로써 이 글자가 지니는 새김이 ‘해지다’ ‘해지게 하다’ 등이다. 그래서 弊(폐)는 잘못으로 이어지는 어떤 행동, 나쁜 결과 등을 가리키는 한자로 발전했다. 쓰임이 적지 않다. 우선 ‘적폐’는 오랜 기간 쌓인 잘못된 행위, 관습, 구태(舊態)다. 악폐(惡弊)는 반복해서 이뤄진 나쁜 일 그 자체다. 폐해(弊害)는 그런 행위와 습속으..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중화(中華)

유광종 예나 지금이나 중국을 일컫는 대표적인 단어다.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의 정식 국가 명칭에도 올라 있고, 흔히 중국의 문명을 중화(中華)라고 적을 때도 등장한다. 어쩌면 중국을 상징하는 글자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華(화)는 원래 광채(光彩)를 뜻했다. 특히 우리가 해나 달을 바라볼 때 중간에 구름 등이 끼어들면서 해와 달의 외곽에 밝게 눈부심이 생기도록 만드는 그런 광채다. 그로써 ‘아름다운 것’ ‘눈부신 것’ ‘뛰어난 것’ 등의 뜻을 얻었고, 마침내는 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 ‘꽃’의 의미까지 획득했다. 이 글자에다가 ‘곱다’라는 뜻을 얹어 만든 단어가 화려(華麗), 뛰어나다는 의미의 글자를 앞에 붙여 정화(精華), 곱고 멋져 보인다는 뜻의 화사(華奢)..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冬(겨울 동) 天(하늘 천)

유광종 입동(立冬)이 엊그제 지났다. 이제 겨울의 문턱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는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있어 늘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한자로 겨울은 冬(동)으로 적는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별칭이 많다. 겨울은 방위로는 북(北), 오행(五行)으로는 물(水), 색깔로는 검은색(玄)이다. 모두 ‘추위’를 상징하는 개념이다.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겨울 또한 세 달로 상정한다. 그래서 초겨울을 맹동(孟冬), 다음을 중동(仲冬), 마지막을 계동(季冬)이라고 적는다. 맹중계(孟仲季)는 첫째, 둘째, 셋째를 가리키는 글자다. 겨울의 이 석 달을 함께 일컫는 말이 삼동(三冬)이며, 날로 계산한 90일의 겨울은 구동(九冬)이다. 추위가 닥쳐 지내기 쉽지 않은 겨울을 지칭할 때 자주..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亡(망할 망) 命(목숨 명)

얼어붙은 땅, 동토(凍土)의 북한을 빠져나오는 행위를 흔히 탈북(脫北)이라고 적는다. 그러나 이는 근래에 새로 만들어진 말이다. 그와 비슷한 흐름에서 일찌감치 우리가 자주 사용했던 단어는 도망(逃亡)이다. 피해서 달아나는 도주(逃走), 이리저리 떠도는 유망(流亡)이 합쳐진 말이다. 제 본분을 망각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면 닥치는 게 망신(亡身)이다. 이어 망조(亡兆)가 들어 패망(敗亡)에 이르고, 이어 다시 쇠망(衰亡)을 거듭하다 멸망(滅亡)에 닿는 일을 누구나 피하려고 한다. 죽어 없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亡(망)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쓰임이 좋지 않다. 그러나 꼭 그런 경우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잃다’의 뜻도 있다. 위에 적은 유망(流亡)의 글자 조합이 그렇다. 일정한 거처를 잃고 떠도는 일을 이렇게 적..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時(때 시) 務(힘쓸 무)

때를 그르치면 한 해의 농사는 망가진다. 그렇듯 농가에는 계절에 맞춰 힘써야 할 일이 있다. 그를 적은 단어가 시무(時務)다. 글자 그대로 ‘때(時)에 따라 힘써야 할 일(務)’의 엮음이다. 그러나 농가의 월령(月令)에만 그치지 않는 단어다. 시간 또는 상황에 맞춰 해야 하는 일,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가리키는 단어로 더 흔히 쓰인다. 고려와 조선의 왕조에서도 이 말은 자주 등장했다. 처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 놓쳐서는 정말 곤란한 일을 가리킨다. 고려 초기의 개혁을 주도했던 최승로(崔承老)의 《시무 28조》가 유명하고, 조선 율곡 이이(李珥)의 시무책 또한 이름나 있다. 모두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영역에 힘을 집중하자는 건의였다. [유광종의 시사한자] 위기 (危機) 지금의..

시사한자 202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