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의 한시 마중 44

[이종묵의 ‘한시 마중’]<44·끝>새해 소망

박세당(朴世堂·1629∼1703)은 절조가 매운 선비입니다. 수락산(水落山) 서쪽 오늘날의 장암역 인근 석천동(石泉洞)에서 꼿꼿하게 살면서 스스로를 서계초수(西溪樵수), 곧 서쪽 개울의 나무꾼이라 불렀습니다. 물가에 집을 지을 때 울타리를 치지 않고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밤나무를 집 주위에 둘러 심었으며 오이를 심고 밭을 개간하고 땔감을 팔아 생활하였습니다. 농사철에는 늘 밭에서 지냈으며, 가래를 메고 쟁기를 진 농부들과 어울려 다니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은 묘표(墓表)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며 합치되는 바가 없이 살다 죽을지언정,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 세상에 맞춰 살면서 남들이 선하다고 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여기는 자’에게 끝내 고개 숙이고 마음을 낮추지 않겠다고 생각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