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한자로 읽는 고전]<1>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

半: 반 반 部: 떼 부 論: 논할 논 語: 말씀 어 治: 다스릴 치 天: 하늘 천 下: 아래 하 “半部論語治天下.” 송(宋)대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등장하는 말로, 재상 조보(趙普)가 태종(太宗) 조광의(趙光義 또는 趙匡義)에게 아뢴 것이다. 조보는 곧장 이어서 말했다. “신이 평생 아는 바로는 정녕 이 말을 벗어나지 않으니, 옛날 ‘그 책’의 절반으로 태조(조광윤·趙匡胤)를 보좌하여 천하를 평정하게 하였고, 지금은 그 절반으로 폐하를 도와 태평성대에 이르게 하겠습니다(臣平生所知,誠不出此,昔以其半輔太祖定天下,今欲以其半輔陛下致太平).” 산둥(山東) 출신인 조보는 학자 타입이 아니었다. 논어 외에는 별로 읽은 책도 없는 그가 재상이란 중책을 연이어 맡게 되자 주변의 입방아에 올랐다. ..

[한자로 읽는 고전]<2>삼성오신(三省吾身)

三: 석 삼 省: 살필 성 吾: 나 오 身: 몸 신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의 말이다. ‘三’은 셋, ‘省’은 반성(反省) 혹은 내성(內省)의 의미다. 매일 자신을 살피는 수련으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철저한 자기관리의 자세이며 ‘오일삼성(吾日三省)’이라고도 한다. ‘독선기신(獨善其身·홀로 그 자신을 잘 보존한다)’이라는 말과 짝을 이뤄 이해하면 좋다. “나는 날마다 세 번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도모하는 데 진심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들과 사귀면서 믿음이 없었는가? 전수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논어 학이·學而) 증자는 이름이 삼(參)이고 자는 자여(子輿), 남무성(南武城) 사람으로 공자보다 46세 어렸다. 비록 공문십철(孔門十..

[한자로 읽는 고전]<3>유재시거(唯才是擧)

唯: 오직 유 才: 재주 재 是: 이 시 擧: 들 거 ‘才’는 ‘인재(人才)’이고 ‘擧’는 ‘천거(薦擧)’의 의미로 ‘유재시용(唯才是用)’과 동의어다. 능력이 빼어난 사람만을 우대한다는 조조(曹操)의 인재경영원칙이다. 웅크리며 때를 기다린 천하의 효웅(梟雄) 유비(劉備)나 부형의 뒤를 이은 수성의 제왕 손권(孫權)과 확연히 대비되는 조조의 인사지침이다. 그의 휘하에서 90여 명의 개세지재(蓋世之才·세상을 뒤덮을 만한 인재)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다음과 같은 원칙 때문이었다. “만일 반드시 청렴한 선비가 있어야만 기용할 수 있다면, 제나라 환공(桓公)은 어떻게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는가! 지금 천하에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진정한 학식이 있는데도 여상(呂尙)처럼 위수의 물가에서 낚시질이나 일삼는 자가 어찌..

[한자로 읽는 고전]<4>삼십이립 사십불혹(三十而立四十不惑)

三: 석 삼 十: 열 십 而: 말이을 이 立: 설 립 四: 넉 사 十: 열 십 不: 아니 불 惑: 미혹될 혹 ‘논어’ 위정(爲政)에서 공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三十而立 四十不惑.” 서른이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고, 마흔에는 미혹됨 없이 일관되게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자립’의 ‘立’은 입덕(立德), 입언(立言), 입신(立身)의 의미를 담고 있다. 누가 봐도 그럴듯한 인품(立德)에, 세상에 내놓을 만한 의견(立言),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진 사회적 기반 위에 서는 것(立身)을 말한다. 공자는 어려서부터 예(禮)를 익혔다. 그래서 중국의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은 ‘입’의 의미가 ‘사사로운 것을 버리고 예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한자로 읽는 고전]<5>박시제중(博施濟衆)

博: 넓을 박 施: 베풀 시 濟: 구제할 제 衆: 무리 중 자공이 공자에게 여쭈었다. “만약 백성들에게 널리 은덕을 베풀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그를 인(仁)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그러자 공자는 단순히 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인의 덕치일 것이라고 답했다. 공자 시대엔 타고난 성인(聖人)만이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었다. 군주에게만 성인의 면허증이 발부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다르다. 타고난 혈통이 아니라 실력을 통해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실력만 있으면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반드시 인(仁)과 충(忠)과 서(恕)가 있어야 한다. 仁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일으켜 주고, 자신이 이루..

[한자로 읽는 고전]<6>군자불기(君子不器)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不: 아니 불 器: 그릇 기 ‘君子’란 小人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유연한 사고와 學識을 두루 갖췄고 사회적 위상보다는 도덕적 품성이 높은 사람이다. ‘不器’란 그릇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묘의 제사그릇처럼 쓰임새와 크기가 정해진 것은 군자가 아니다. ‘군자불기’는 곧 ‘대도불기(大道不器)’(예기 學記편)다. 큰 도는 세상의 이치를 두루 꿰뚫고 ‘소소한 지식(小知)’에 연연하지 않는 회통(會通)과 통섭(通涉)의 사유다. 이것이 군자의 앎이자 실천이다. 공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 즉 ‘원만하지만 붕당을 이루지 않는’(논어 爲政편) 사람이 군자라고 했다. ‘주(周)’는 도의(道義)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 뒤에 나오는 ‘비(比)’와 상대적인 개념이다. 比는 붕당이고 작은 집..

[한자로 읽는 고전]<7>부자상은(父子相隱)

父: 아비 부 子: 아들 자 相: 서로 상 隱: 숨길 은 ‘隱’이란 숨긴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때로 엄폐(掩蔽)나 엄호(掩護)의 쓰임새를 많이 보인다. ‘父子相隱’은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간에 숨겨주고 말하지 않는 ‘은이불언(隱而不言)’의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섭공(葉公)이 어느 날 공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우리 마을에 몸가짐이 바른 자가 있으니, 그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고발했습니다.(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논어’ 자로 편) ‘직궁(直躬)’이란 몸가짐을 바르게 하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사람 이름이다. 섭공의 질문에 공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는 “父爲子隱 子爲父隱” 속에 오히려 정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게 우리 마..

[한자로 읽는 고전]<8>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民: 백성 민 無: 없을 무 信: 믿을 신 不: 아니 불 立: 설 립 정치는 백성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존재한다는 의미로, 정치가요 외교가로서 명성을 떨친 자공(子貢)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의 기본에 대해 여쭙자 한 말이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 요소로 “식량을 충족시키는 것, 병기를 충분하게 하는 것,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足食足兵 民信之矣)”(논어 안연 편)을 꼽았다. 자공은 이 세 가지 중에서 우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주저 없이 병기라고 했다. 다시 공자에게 남아있는 것 중에서 또 무엇을 버리면 되느냐고 하자 식량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것으로서 백성들의 신뢰를 꼽은 것이다. 공자의 사상에서 ‘信’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

[한자로 읽는 고전]<9>무위이치(無爲而治)

無: 없을 무 爲: 할 위 而: 말이을 이 治: 다스릴 치 이 말은 ‘무치(無治)’ 혹은 ‘무위지치(無爲之治)’라고도 하며 ‘정치(靜治)’, 즉 고요한 다스림과도 같은 말이다. 유가의 관점에서 보면 ‘무위이치’란 현인(賢人)을 임용해 德으로 백성들을 감화시켜 나라를 원만하게 다스리라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다스린 이는 아마도 순임금이구나! 무엇을 했었는가. 몸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임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子曰 無爲而治者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여기서 ‘공기(恭己)’란 제왕이 엄숙하고 공경스럽게 자신을 추스르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이 말은 “옛날 순임금에게는 왼쪽에 우가 있고 오른쪽에는 고요가 있어 자리에서 내려오지도 않..

[한자로 읽는 고전]<10>군무견기소욕(君無見其所欲)

君: 임금 군 無: 없을 무 見: 볼 견 其: 그 기 所: 바 소 欲: 하고자 할 욕 이 말은 군주는 함부로 호오(好惡), 즉 좋고 싫음의 감정을 나타내지 말라는 것이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살고 있는 군주는 신하로부터 관찰(觀察)당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위장(僞裝)해 신하(臣下)로 하여금 쉽게 파악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이유를 한비는 이렇게 말한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내보이면 신하는 스스로를 꾸밀 것이다. 군주는 자신의 속뜻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그 속뜻을 보이면, 신하는 스스로 (남과) 다른 의견을 표시하려고 할 것이다.(君見其所欲 臣自將雕琢 君無見其意 君見其意 臣將自表異-한비자 주도(主道) 편)” 군주와 신하를 이해관계로 파악한 한비가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