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44] 잎이 지면 보이는 것들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2.12.09 03:00 김성수, tree_study 5, 2008. 아주 천천히 가을이 지나갔다. 긴 가을날들 동안 나무는 초록을 단풍으로 바꾸었고 이내 낙엽을 내렸다. 올해엔 유난히 오래 가을을 누렸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눈이 오는 차가운 길을 지키고 선 앙상한 가로수는 햇살이 비쳐도 쓸쓸해 보인다. 다음 봄이면 다시 물이 올라 생기 넘치는 잎을 틔울 날이 올 줄 알지만, 초겨울의 스산함은 눈에서 마음으로 찬 기운을 퍼뜨린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감정이입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사계절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새로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