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13일 퇴임한다. 그는 퇴임 직전인 지난 7일 판사 전용 온라인망에 '40.33 그리고 네 가지 겸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년 10월부터 써온 '소수 의견' 시리즈 중 18번째 글이었다. 40.33은 그가 사법시험 2차 민법 과목에서 얻은 점수였다. 사시 2차 일곱 과목 중 하나라도 40점 미만을 받으면 떨어진다. '턱걸이'로 붙었다는 뜻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사시에 최종 합격했다. 얼마나 기고만장했겠나. 그런데 2차 시험 성적표를 받는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민법 점수가 40.33이었다. (…) 이후 40.33이란 숫자를 평생 가슴에 간직했다. 교만한 마음이 들 때마다, 세상에 고개를 쳐들고 싶을 때마다 이 숫자를 생각하면 대번에 깨갱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후배 법관들이) 판사라는 직위 앞에 겸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판사는 재판받는 사람의 생살여탈권을 쥔다. 이런 판사가 교만해지면 재판 당사자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사법 신뢰가 무너진다는 뜻일 것이다. 판사들은 대개 '1등'으로 자란다. 학창 시절은 물론 사법연수원에서도 최고 성적을 올려 남을 심판하는 법대(法臺)에 앉게 된다. '난 완벽하다'는 교만함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이다. 지금 판사 사회를 보면 그런 교만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벌어졌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둘러싼 법원 내분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일반 행정 부처 공무원들이 2년간 내부 문제로 이렇게 서로 이전투구했다면 아마 문 닫을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판사는 한술 더 떠 공개적으로 동료 판사들을 공격했다. 현 대법원장의 지지 그룹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을 '국민이 탄핵해 달라'는 글을 포털 사이트에 올렸다. 또 다른 이 연구회 판사는 자기 페이스북에서 "(양승태 행정처 판사 등을) 파면하려면 탄핵밖에 없다"고 했다. 이 연구회 부장판사는 방송에 나와 "전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특정 재판이 고의로 지연됐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일부 판사는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행정처에서 근무한 동료 판사들을 향해 '적폐 종자 따까리' '쓰레기'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나만 정의'라는 교만 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질 때마다 법원은 휘청거렸다. "이런 판사들의 판결에 누가 승복하겠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한 번쯤 뒤를 돌아볼 법한데도 이들은 아랑곳 않고 더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냈다. 현직 법원장이 자기 낯을 스스로 깎아가며 사시 점수를 공개한 것은 일부 판사의 이런 모습에서 오만과 독선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2/201902120326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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