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글로벌 포커스] 하노이 정상회담은 정말 실패작인가

bindol 2019. 3. 8. 05:11

북한, 미국 비핵화 의지 과소평가해
‘영변’만 꺼내든 무리수가 결렬 원인
향후 북·미가 실질적 협상 한다면
‘하노이=실패’ 규정은 섣부를 수도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발표 없이 갑자기 끝나자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패냐, 아니냐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과연 하노이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실패라고 보는 쪽의 견해는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얻은 교훈을 무시하고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회담을 가졌다. 그는 협상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믿었고, 결국 오만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런 생각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통상적 방식에 대한 이해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물론 정상들이 개인적 친교를 바탕으로 놀라운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실무자 수준에서 미리 협상을 끝낸 내용을 정상들이 승인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협상가들이 양측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경우 회담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려고 한다. 2018년 하반기에 미국은 ‘이란식 해법’이 북한에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란은 국제제재 해제에 앞서 핵심적인 비핵화 단계를 진행하는 데 합의했고, 실제로 이를 실행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시종일관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를 주고받으며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미국도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는 불명확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 계산 착오를 일으켰지만, 북한의 무리수가 더 심각했다. 대북특별대표 스티브 비건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플루토늄 재처리 공장을 해체하는 조건으로 2016년 이후에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영변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 설치된 모든 핵시설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북한에 존재하는 300개가 넘는 핵 시설 중 두 곳만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게 축소된 제안이다. 그리고 북한은 영변 이외 지역의 핵물질 및 핵무기 비축량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내놓은 핵 동결·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은 양보가 아니다. 협박이다.
 
글로벌 포커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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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한밤중에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상 말보다 미국 대통령 발언이 진실에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이후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는 대북 항공유 수출 금지 등 북한의 주요 물자 수출입을 봉쇄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대북제재에서 가장 핵심적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한 제재 완화는 대북 협상에서 미국과 한국이 쥐고 있는 유리한 카드를 실질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이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과장된 부분이 있었고, 조만간 북·미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언급했는데, 이 선언은 상징적 조치에 가깝다. 회담 합의문이 휴전 체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이 이루어지면 그렇게 된다는 선언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회담이 결실을 보았다면 북한이 2008년 영변 냉각탑을 폭파했을 때처럼 핵 시설과 미사일 시설 몇 군데를 폐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불가역적 폐기인지는 알 수가 없다. 상징은 그저 상징일 뿐이다. 본질이 아니다. 정상회담을 지켜본 이들은 이 회담이 협상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미 회담을 성사시킨 것 자체로도 역사적 성과다. 유의미한 합의가 나오느냐, 아니냐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지금 성급하게 예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행히 협상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회담조차 없었을 때보다 상황이 악화되기야 하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돌이켜 보면 지금 그런 판단을 하기엔 아직 섣부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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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글로벌 포커스] 하노이 정상회담은 정말 실패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