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여론&정치] 팩트 왜곡하는 '팩트체크'

bindol 2019. 3. 22. 06:00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민은 계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는 오만한 태도"라고 했다. 그러자 심 의원은 "완전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KBS는 '팩트체크K'란 기사에서 나 원내대표 주장과 달리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발언도 없었다"며 "그래서 심 의원이 가짜뉴스라고 언급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수많은 항의가 이어지자 KBS는 기사를 고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기사엔 없었던 "심 의원이 '국민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이 가짜뉴스라는 심 의원의 반박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180도 바꿨다.

예전에도 KBS는 팩트체크를 한다면서 야당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적이 있다. 작년 9월에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소득 주도 성장 찬성이 과반수인 것에 대해 "여론 조작에 가까운 문항 구성"이라고 했다. 이 조사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가계 지출 경감,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영세 상공인 지원,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홍보하고 싶은 내용만 잔뜩 나열한 뒤 소득 주도 성장 찬반(贊反)을 물었다. 누가 보더라도 찬성 쪽으로 기울어진 문항 구성이었다. 하지만 KBS는 '여론 조작에 가깝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쪽에 유리했던 여론조사에 면죄부를 줬다.

다른 언론도 '팩트체크' 보도가 부실했던 적이 있다. 2017년 2월 문재인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일 때 JTBC는 팩트체크 보도에서 "최근 여론조사는 선관위가 표본을 직접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JTBC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선관위는 조사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목적"이라며 "선관위에 등록했다는 것이 해당 조사의 신뢰성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다.

'팩트체크'란 미명 아래 사실을 왜곡하며 입맛에 맞는 정보로 각색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례는 더 있다. 가짜뉴 스를 가려낸다는 팩트체크가 자칫하면 가짜뉴스 공급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파하드 만주는 '이기적 진실'이란 책에서 "논리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믿기로 하면 진실이 된다"며 "선택적 지각과 뉴스의 객관성 상실은 선전 활동의 동원력"이라고 했다. 이 책의 부제는 '객관성이 춤추는 시대의 보고서'다. 우리 현실을 콕 집어 설명하는 듯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1/20190321035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