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시청률 조사, 아무 집이나 안 합니다

bindol 2019. 3. 23. 05:39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며칠 전 집안 행사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만난 데다 필자가 유일한 방송국 직원이다 보니 친척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화제의 TV조선 예능 '미스트롯' 상금은 얼마인지, 모 앵커는 나이가 몇 살인지 호기심의 분야도 다양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시청률은 그냥 TV만 보면 자동으로 조사되느냐?"는 것이었다. 매일 시청률 이야기를 듣긴 하는데, 막상 어떻게 조사되는지 알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궁금증이다.

시청률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을 쓰긴 하지만, 일단 TV를 본다고 무조건 시청률이 집계되진 않는다. 일명 '피플미터'라는 기계를 집에 설치하고, 그 기계에 누가 TV를 보는지 입력해야만 시청률이 조사된다. 예를 들어 3인 가족이 함께 TV를 본다면, '아빠 버튼, 엄마 버튼, 아이 버튼' 모두 세 번을 누르고 TV를 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아이가 중간에 자리를 뜬다면 '아이 버튼'을 다시 눌러 시청 해제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피플미터'라는 기계는 신청만 하면 아무 집에나 달아줄까? 그렇진 않다. 시청률 조사에 필요한 기준을 만족하는 가구여야만 한다. 한 조사기관은 현재 전국 4200여 가구에 이 기계를 설치해 놓고 시청률을 집계하는데, 한 번 설치하면 4년 동안 패널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시청률 조사, 아무 집이나 안 합니다
그럼 혹시 시청률 조사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렇다. 만약 집안에 방송국에 다니거나, 광고회사 또는 시청률 조사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면 탈락이다. 내 가족이 다니는 방송국 프로그램만 계속 시청하는, 즉 사심 가득한 내부자 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사기관에선 '피플미터'기를 설치할 때 집 안에 방송국 시계나 상패 같은 게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고 한다. 공정한 패널을 선정하기 위한 치밀한 첩 보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궁금할 수 있는 문제, '보수'는 어떨까? TV를 볼 때마다 번거로운 버튼 조작을 해야 하는데, 수고비는 있을까? 한 조사기관에 문의한 결과, 별도의 보수는 없고, 전기료와 통신료 일부를 보조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청자가 수고를 마다치 않고 애정으로 집계해 준 시청률이었다니, 이제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 듯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3/20190323000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