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에 도둑맞은 선거였나… 김기현 前 울산시장
김기현 울산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작년 3월 16일, 바로 그날 울산지방경찰청은 김 시장의 비서실 등 5곳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선거 기간 내내 김 시장을 둘러싼 수사는 계속됐다. 지지율에서 앞서 있던 그는 결국 선거에서 졌다. 승자(勝者)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민주당 후보였다. 최근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99쪽의 '불기소 결정문'을 냈다. 경찰이 '증거가 부족해 무죄 선고가 뻔한 이 사건에 관해 아니면 말고식의 신중하지 못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에서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경찰 수사에 문제가 매우 많았다는 뜻이다. 검찰은 피의자에 대해 무혐의 결정도 내렸다. 이미 버스는 떠났다. 김 전 시장은 억울하지만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 언론 매체에서도 단발성 사건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도 되는 사안일까. 민주주의 제도는 선거의 공정함으로 유지되는데 경찰이 '아니면 말고' 수사(搜査)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 됐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수 있다. 중앙선관위 고위 관계자도 이 점에 동의했다. "댓글 조작은 몰래 숨어서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수사 당국이 이렇게 대놓고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상도 못했다. 현행법으로는 왜곡된 선거 결과를 원상 복구해줄 수 없다. 향후 수사기관이 이번처럼 합법을 내세운 선거 개입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 집중 논의해보겠다." 당시 수사를 총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얼마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래서 피해 당사자인 김기현(60) 전 시장을 만나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듣기로 했다. ![]()
―경찰 입장에서는 혐의를 포착했으면 선거 기간이라 해도 봐주고 덮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선거 기간에는 중대 범죄나 선거 현행범이 아니면 수사를 하더라도 진행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지금껏 이를 지켜왔다. 이번에 나온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는 '경찰의 범죄 구성이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공정하게 제대로 수사해야 할 책임이 수사 당국에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공정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혐의 결론도 났다. 이에 대해 '그때 혐의가 있는 것 같아 수사했다'고 하면 책임 면피가 되는가." ―자유한국당 후보 공천이 확정되던 날에 맞춰 경찰이 압수 수색한 것이 묘하다는 느낌은 있다. 그 전에 어떤 낌새를 채지 못했나? "재작년 여름 황운하가 울산경찰청장으로 온 뒤로 '시장(市長) 뒷조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위에서 어떤 하명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울산경찰청 소속 지능수사대 여섯 팀 중 세 팀이 나를 타깃으로 수사했다고 한다. 40~50명이 조사받았다." ―2017년 당신의 비서실장과 담당 국장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 울산의 레미콘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준 게 직권 남용 혐의로 경찰에 걸렸는데. "울산시 조례에 따른 적법한 업무 처리였다. 표창을 줘야 할 사안이다. 조례에는 '울산에 건물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 납품을 울산 업체에서 받도록 시(市)가 권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울산 시청에는 '지역 업체 권장' 팀이 있고, 나도 시장 이름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우니 울산 업체를 써달라'는 공한을 기업에 보내기도 했다." ―지자체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이게 문제가 됐는지 나도 의아스러웠다. 경찰은 '다른 지역 업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공정거래위의 권고 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데. "공정위 권고가 시 조례보다 상위법인가, 경찰이 헌법재판관도 아니고…. 이런 논리라면 지역 경제를 위해 목숨 걸고 뛰는 전국의 모든 광역단체장은 직권 남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서실장과 담당 국장이 대가로 레미콘 업체의 골프 접대를 받았고 이는 뇌물 수수라고 했다. "경찰이 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때 비서실장이 골프장에서 자신이 결제한 카드 영수증을 찾아내 제시했다. 접대 골프가 아니었다는 증거였다. 그러자 경찰은 '왜 영수증 자료를 뒤늦게 내느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했다. 이게 정상적 반응인가. 검찰은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다섯 차례나 보완 수사 지시를 경찰에 했던 것으로 나온다.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 의견으로 넘겼다고 했다." ―접대 골프 얘기가 나온 김에,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도 재작년 11월 송철호 민주당 후보 등과 함께 골프를 쳤는데. "다른 참가자가 비용을 냈다. 나중에 문제가 보도되니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현금을 찔려줬다고 해명했다. 이런 그가 카드 영수증까지 나온 내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영장을 신청했다." ―당신 형제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경찰 수사도 있었다.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주면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건설업자와 용역 계약서를 작성한 동생이 그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인데. "토지 개발 컨설팅업을 하는 동생이 2014년 그런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상대 건설업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한 달 뒤 계약 무효를 통보했다. 돈 한 푼 오가지 않았다. 업자도 수사기관에 '돈을 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내가 시장이 되기 전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 뒤 해당 아파트 건축 사업에서 배제된 그 업자가 청와대와 검·경에 모두 진정서를 냈다. 그때 사정기관이 이미 내사해 종결했던 사건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오면서 이를 끄집어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울산에서는 '도망간 김기현 시장 동생을 찾는다'는 식의 현수막이 걸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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