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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장관 후보자가 뉴타운 예정지의 '쪽방촌' 지분을 샀다 들통났다. 그는 "집사람이 아마 친구들하고 같이 노후 대비용으로 그렇게 한 걸로 안다"고 했다. '집사람' '친구들' '노후 대비'라는 3중(重) 보호막을 치고, "그렇게 안다"는 유체 이탈 화법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물러났다. 총리 후보로 내정된 어떤 인사는 위장 전입이 문제가 되자 "아이를 위한 (아내의) 맹모삼천지교로 봐달라"고 했다. 아내 핑계였다. "맹자 어머니 모독"이란 비판이 나왔고 낙마했다. ▶작년 가을 한 헌법재판관 후보는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자 "제 집사람이 했던 부분이긴 합니다만 제가 잘 살피지 못한 그런 잘못이 있다"고 했다. 뒤에 한 자락 깔면서 노골적인 '처 탓'이다. 과거를 뒤져 보면 이런 사례가 끝이 없다. 문득 궁금했다. 남자의 '아내 핑계 DNA'는 어디서 왔을까. 에덴동산에서 신(神)이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아담은 "두려워 숨었나이다. (…) 여자가 나무 열매를 줘서 먹었나이다" 하고 둘러댄다. 그 DNA가 흐르는 것일까. 혹시 한국 남자만의 특성은 아닐까.
▶상가(商街)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건 '100% 아내 탓'이다. 어디에도 '내 탓'이 없다. 그제는 '팔순 노모'까지 얘기했다. 10억원 대출에 25억원 투자를 아내가 남편 몰래 홀로 했다는 말은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툭하면 전 정권 탓을 하더니 이제는 아내 탓이냐'는 댓글이 아프다. 어느 분은 "나는 절묘한 투자를 못 한 아내로서 남편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작년 덩컨 헌터 미 하원 의원도 선거 자금 25만달러를 가족이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아내 핑계를 댔다. 그 뒤 '유용'보다 '아내 탓'이 더 비난을 샀다. 그러나 외국 사례는 우리처럼 다채롭지 않다. 여성 공직 후보가 시어머니나 친정 부모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둘러대는 경우도 있지만 '아내 핑계'를 대는 남편만큼 치사하지는 않다.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八不出)'이다.
거꾸로 '아내 탓'을 하면 '쪼다'다. 어물전 꼴두기처럼 한국 남자 망신은 '아내 탓'하는 분들이 도맡고 있다. 한국 남자들이 여자 뒤에 숨는 DNA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전쟁에서 패하고 식민지가 돼 아내·딸들을 지키지 못한 한국 남자들이 어디 숨을 곳이 없어 아내 뒤에 숨느냐는 생각은 든다. 제발 아내 핑계 좀 대지 맙시다. 창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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