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정치팀 차장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사전에 나오는 ‘○○○○’의 뜻풀이다. 고급스러운 개념 설명이 문득 궁금증을 자아낸다. 2019년 대한민국이라는 ‘어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근본적인 인식의 테두리’는, 지금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paradigm)’은 무엇인가. 선뜻 답이 안 나오면 개념을 천착해야 한다.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사용한 말이다. 쿤에 따르면, 과학사(史)의 특정한 시기에는 언제나 전체 과학자 집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모범적인 틀이 있다. 그 모범적인 틀이 패러다임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천동설, 그것을 깨뜨린 지동설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지동설처럼 믿고 따르는,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틀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로남불’ 만한 게 없다. 굳이 풀이(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하지 않아도 곧바로 이해되는 지경에 이른 이것이야말로 패러다임의 개념에 부합한다. 어느덧 동시대인에게 인식의 체계이자 설명의 도구가 됐다. 대표 엘리트인 전 청와대 대변인(김의겸)의 생각, 대표 과학자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조동호)의 인식과 일치했다. 불법도 비리도 아닌 다주택을 줄이느라 애쓴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최정호)의 ‘애환’은 무엇으로 설명되는가. 지난 정부와 하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손가락질하는 야당, 숱하게 반복되는 행태를 욕하면서도 여전히 부러워하는 우리는 또 어떠한가. 내로남불은 나의 인식이자 우리의 패러다임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벗어날 수 있다. 쿤의 말처럼 “패러다임은 기존의 과학 위에서 혁명적으로 생성되고 쇠퇴하며 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것”이기에. 김승현 정치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내로남불 혁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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