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분수대] 검찰의 독배

bindol 2019. 4. 5. 06:10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A검사는 두 번 검찰을 떠났다. 처음 그만둘 때 올린 ‘사직의 변’에서 “사회적으로 비판받은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것을 홍복(洪福)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썼다. ‘솔직한’ 사직의 변을 썼던 A검사는 다시 검찰에 돌아와 일하다 ‘두 번째 퇴임’을 했다.
 
B검사는 선후배들에게서 신망이 높았다. 선배들은 “일을 맡기면 뒤탈이 없다”고 했고, 후배들은 “잘못은 책임지고 공은 후배에 돌리는 선배”라고 했다. B검사는 ‘사회적으로 비판받은 사건’에 관여했고 현직에 있는 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또 다른 ‘사회적으로 비판받은 사건’ 이후 검찰을 떠났다.  
      
   C검사는 자타공인 검찰의 에이스였다. 다행히 비난은 피하고 공은 인정받는 커리어를 지내왔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찾아왔다. 그는 조직과 갈등을 빚고 한직을 떠돌다가 몇 년 뒤 화려하게 복귀했다. 검찰 내에선 “독배를 들고 장렬히 산화한 줄 알았는데 부활했다”고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의혹을 수사하는 D검사는 빈티지 애플컴퓨터와 오래된 오디오 수집이 취미다. 남들은 ‘독사’라지만 곁에서 본 D검사는 명민하고 따뜻한 원칙주의자였다. 서초동에선 “D검사가 독배를 들었다”는 말이 떠돈다. 사회적 공분에 비해 법 적용이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많아서다.
 
검찰 수사는 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론의 향배에 따라 비판과 찬사 양극단을 오간다. 행정부의 외청(外廳)인 검찰의 태생적 한계다. 행정부 소속이어서 정권의 입김이 없을 수 없다.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니 늘 의심을 산다. 공수처가 됐든, 개헌이 됐든 이제는 결론을 내릴 때다. 오늘도 산더미 같은 기록에 파묻혀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는 대다수 검사의 명예를 위해서도.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검찰의 독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