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 금융팀 차장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쳐진 것이다. 역전(驛前) 앞, 동해(東海) 바다 등이다. 형용 모순은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모순되는 것을 의미한다. ‘달콤한 슬픔’이나 ‘소리 없는 아우성’ 등이 해당된다. 그렇다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는 겹말일까, 형용 모순일까. 사재를 출연해 학교를 세워 건학정신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한다는 사립(私立)의 본래 의미로 보면 겹말에 가깝다. 반면에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공립화한 사립학교’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자율형 사립’은 형용 모순인 셈이다. 자사고는 왜곡된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탄생한 변종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학생 선발부터 교육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등록금도 올려받을 수 있었다. 평준화 부작용 해소를 위해 정부가 권장해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민족사관고 등 6개 학교로 시작됐다. 자사고는 뜨거운 감자다. 외고 등과 함께 ‘귀족 학교’로 불렸다.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입시 명문화의 주범으로 여겨졌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 폐지를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진보 교육감도 자사고 폐지에 열심이다. 학교와 학부모·학생은 반발한다. 서울 자사고 13곳은 교육청과 힘겨루기를 하다 5일 재지정 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사고 폐지로 한국 교육의 문제가 풀릴지는 의문이다. 수백만~수천만원의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고 사교육이 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게 현실이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강남 8학군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도 생길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제 자식의 모교인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사회 고위층의 통 큰(?) 결단은 ‘사다리 걷어차기’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학원을 선택할 자유는 있지만, 학교를 선택할 자유는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자사고 사다리 걷어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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