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김정기의 소통카페] 건강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기대

bindol 2019. 4. 29. 05:46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소셜 미디어는 우리에게 행운인가 불행인가? 버닝썬 사건에서 드러난 불법과 퇴폐가 흥건한 카톡방. 대통령선거의 불법 댓글을 둘러싼 드루킹 재판. 범죄의 예고와 살인행위 중계에 동원되는 페이스북. 외교, 각료 임면 등 공적 사안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막말 표현의 수족이 되고 있는 트위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대신 내편과 네 편의 편 가르기에 이용되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우려가 일상이 되고 있다.
 
미국 MIT의 사회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2011년 『Alone Together』(다함께 홀로)라는 저서에서 소셜 미디어 시대가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을 스마트폰 사용에 빠지게 하여 인간관계와 상호교류에 대한 관심을 앗아가고 소외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의 기술체제가 풍요로운 미국 사회를 생성했지만, 동시에 공동체감과 유대감을 붕괴시켰다는 1950년 리즈만(Riseman)의 저서 『고독한 군중』과 궤를 같이 하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가 단숨에 의식주 버금가는 인간의 필수품이 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시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정보의 생산 유통 이용에 상상할 수 없는 편리성을 제공하며, 자유롭게 욕구와 생각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켜 주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접촉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인간들의 체취를 공유하는 즐거움은 인류에게 놀라운 선물이다. 소수 엘리트가 정보 생산과 유통을 지배하면서 공동체의 의사결정권과 권력을 독점하던 수직적 사회로부터 투명하고 수평적인 민주사회로 발전하게 한다는 평가도 마찬가지다.
 
소통카페 4/29

소통카페 4/29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아군인가 적군인가? 중요한 것은 아군으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가짜를 가려내는 파수꾼으로 역할을 강구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을 강한 연계의 결속적(bonding) 집단공동체로 묶고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타적인 자기집단중심주의를 강화하여 불법 댓글·비리·부패와 같은 부정한 유혹을 합리화하고 행동화하여 민의를 변질시킬 수도 있다.  
     
특히, 댓글은 정치인과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더 많이 읽고,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더 많이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걱정스럽다. 대중과 정치과정을 매개하는 방식이 법제적인 절차 보다는 비공식적·수직적 관계에 의해 지배되는 우리나라 구조(『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 박승관)에서 댓글은 공식적인 정보유통을 담당하는 정치제도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 행위로서 생산적인 대안적 소통모드에 그치지 않고 일탈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띌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과 무관한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의사당의 한심한 싸움과 이합집산을 보면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집단중심주의는 우리 공동체 보다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릴게 자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은 건강한 소셜 미디어를 만드는데도 가장 적극적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편으로 가르려는 집단들을 기계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소통적 이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출처: 중앙일보] [김정기의 소통카페] 건강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