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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전쟁과 평화] 『전쟁론』 vs 『손자병법』

bindol 2019. 5. 21. 06:04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양국 지도자의 정치생명부터 세계 패권까지 걸린 한판이다. 두 나라가 전쟁에서 어떻게 이기려 하는가 살펴보면 승부를 점칠 수 있을까. 그래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손자병법』을 뒤적여봤다. 손자병법 전문가인 김병주 예비역 대장은 “전쟁론은 직접·단기적인 승리를 강조한 반면 손자병법은 간접·장기적인 전략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관세 폭탄을 퍼붓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제비츠를 충실히 따른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손자에게 기대지 않은 듯하다.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한편 결사항전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은 손자의 가르침과 결이 달라 보인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기’와, ‘백번 싸워서 모두 이기기(百戰百勝)’보다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기(百戰不殆)’를 주문했다. 손자에 따르면 승리의 요체는 형(形)과 세(勢)다. 프랑스의 동양학자인 프랑수아 줄리앙은 형은 상황을, 세는 잠재력으로 각각 풀이했다. 적을 죽이거나 쳐부수지 말고, 흐름을 읽고 타라는 게 손자의 뜻이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손자의 충실한 제자다. 마오는 1934~35년 장제스(蔣介石)의 포위작전을 피해 중국 서부에서 도망 다녔다(대장정·大長征). ‘적이 진격하면 우리는 후퇴하고, 적이 퇴각하면 우리는 추격한다’는 논리였다. 그래도 49년 중국을 석권한 이는 마오였다.
 
덩은 두 번이나 마오에게 쫓겨났지만, 때를 기다려 최고 지도자가 됐다. 그는 ‘(당분간)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라(韬光养晦)’고 지시했다. 중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 덩의 유훈대로 발톱을 감췄기 때문에 미국을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의 1장에서 계(計)를 논했다. ‘계획’이 아니라 ‘계산’의 ‘계’다. 그는 전쟁엔 국가의 존망이 걸렸기 때문에 적과 나의 정치·리더십·군사력을 꼼꼼하게 따지라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무역전쟁에 나선 중국에 승산이 있을까.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이철재의 전쟁과 평화] 『전쟁론』 vs 『손자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