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분수대] 강남이 좋습니까?

bindol 2019. 6. 1. 05:04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흙수저 주제에 감히 서울에 집을 사려 하냐고 면박당한 기분이야.” 친구 A가 한탄했다. A는 얼마 전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다 포기했다. 정부 부동산 규제에 중도금 대출이 가로막혔다. 제일 작은 25평형 분양가가 9억원이 넘었다. A는 “전세금과 저축, 신용대출에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안 되겠더라”며 씁쓸해했다. 7살 아들을 둔 직장맘 A는 악바리처럼 살았다. 친정·시댁 도움 없이 둘이 모은 돈에 전세자금대출을 얹어 전셋집을 얻었다. A는 아이를 낳고도 육아휴직도 쓰지 않았다. 못 쓴 게 아니라 안 썼다고 한다. 둘째 계획도 접었다. 한 푼이라도 더 빨리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손에 닿지 않았다. “회사에 매여서 멀리 이사도 못 가는 ‘외거 노비’ 신세 아냐. 1억을 모으면 서울 시세는 5억이 돼 있고, 2억을 모으면 10억이 돼 있어. 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강남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친구 B는 5년 전 결혼할 때 33평형 아파트를 샀다. 양가 부모가 목돈을 보탰다. 아파트 시세는 그새 착실히 올라 B를 흐뭇하게 했다. B는 최근 강남의 새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았다. 모은 돈에 기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모자라는 돈은 부모 도움을 받기로 했다. B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2~3억원 싸니까 일단 받아두고 입주 때 팔거나 전세 돌리면 무조건 남는 장사”라며 장광설을 폈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고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틀어쥐었지만 B 같은 금수저들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분양가가 비싼 데다 대출이 묶여있다 보니 경쟁률이 낮아져 오히려 총알(현금) 빵빵한 유주택자가 당첨 받기 쉬워졌다고 한다. 규제가 B의 재테크에 도움이 된 셈이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정책세미나에서 “지난 2년간 정부는 주거정책 분야에서 부동산 안정, 주거복지 강화 등 성과를 거뒀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최근 5년간 서울 집값 변동률(18.9%)이 런던(39.6%)·베를린(63.1%)·시드니(54.8%)보다 낮다는 근거를 댔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절반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다는데, 국토부는 그만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A일까 B일까. 그간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잡으려던 게 어느 쪽인지 모호해진다. “강남이 좋습니까?”라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을 보면 글쎄, 더더욱 모르겠다.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