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사이에선 '주투야압(晝投夜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정부가 낮에는(앞에서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면서, 밤에는(뒤에선)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1년간 150차례 넘게 압수수색을 당했다. 롯데·SK 등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제단체, 로펌, 중소기업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기업은 작년 보수 정권 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했다가 올 들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결국 그 인사를 자르고서야 잠잠해졌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기업의 법률 자문과 변호를 해주는 로펌도 함께 압수수색을 당한다"고 했다. 기업의 자기방어마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꺼지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임원은 "이미 통과한 검사를 두 번 세 번 다시 하고, 기관에선 다짜고짜 처벌받고 싶으냐고 윽박지른다"고 했다. 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반(反)기업적 규제 정책들도 줄줄이 도입되고 있다. 기업체 관계자는 "이런데도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 당신들이 직접 한번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기업은 부도덕하고 정부는 선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독단이 낳은 일들이다. 곳곳에선 아우성인데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나 당청(黨靑) 회의에 가보면 소득 주도 성장과 친(親)노동 정책에 대해 다른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완고한 분위기"라고 했다. 장관들도 소신을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여당선 뒤늦게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평소 후원해 줬던 시장 상인들이 '정말 탄핵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호되게 질책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청와대에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친문(親文) 의원은 "궤도 수정을 할 때가 됐는데 청와대가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만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의원들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시중의 얘기를 전하고 싶은데 전화 통화 한번 안 된다"고 했다.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불통(不通) 정권'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지금 그 화살은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코드에 맞는 '청원'은 수석·비서관들까지 나서서 쟁점화하면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기업·시장의 절박한 소리는 흘려 넘긴다는 것이다. 입맛에 맞는 얘기만 듣고, 거슬리면 귀를 닫는 건 소통이 아니다. 더구나 여당 내 우 려마저 청와대 '인(人)의 장막'에 막힌다면 심각한 일이다. 안 그래도 여권에선 문 대통령 '혼밥' 얘기가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랬듯 청와대 일부 측근들이 대통령의 귀를 막고 문고리를 틀어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저잣거리 민심(民心)이 청와대 담장을 넘지 못하면 정권은 독선(獨善)에 빠진다. 이러면 정권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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