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김광일의 입] 文대통령의 자기최면

bindol 2019. 6. 28. 04:51


대통령은 모든 게 뉴스다. 현직 대통령은 걸어 다니는 뉴스 소스다. 잠을 자도 뉴스, 밥을 먹어도 뉴스, 웃어도 뉴스, 울어도 뉴스다. 그는 1분 1초가 뉴스다. 대통령이 입을 열면, 한마디도 버릴 수 없을 만큼 뉴스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간혹 ‘가짜 뉴스’가 있는지, 대통령이 ‘자기 최면’에 걸려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개 나라 뉴스통신사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분명한 의지다.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 자, 우리는 문 대통령의 이 말을 어떻게 봐야할까. 비유를 들겠다. 200 가구가 살고 있는 어느 마을에 한 불량배가 독 묻은 화살을 만들기 시작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말렸지만, 이 불량배는 독 묻은 화살을 실험한다면서 남의 집 지붕 위로 화살을 날려 보내기도 했다. 참다 못 한 마을 사람들은 불량배가 사는 집에 연탄 배달도 끊고, 돈 거래도 못하게 했다. 독화살을 없앨 때까지 불량배의 집을 봉쇄할 작정이다. 그런데 온 마을 사람들이 "불량배는 독화살을 없앨 생각이 없다"고 확인하고 있는데, 그 불량배 집이랑 울타리를 맞대고 있는 딱 한 집에서만 "불량배는 독화살을 없애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 의지를 믿는다."고 하고 있다.
올 초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들은 청문회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미국 국방 정보국장도 말했다. "김정은은 비핵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이 "북은 핵 포기 안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문 대통령만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하고 있다. 보통사람도 빚보증 잘못 서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비핵화 보증’을 잘못 서면 국민 전체가 ‘핵 인질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고착화되면서 안보 불안의 멍에를 이고 살아가야 한다. 전 국민이 턱 밑에 독화살을 느끼며 절체절명의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은을 믿는다." "(김정은은) 유연성 있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다." 하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최면’처럼 보인다. 온 마을 사람들이 제발 착각과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울타리를 맞댄 문 대통령만 "그를 믿는다."고 하고 있으니, 반복해서 믿는다고 말하면 실제로 믿게 되는 현상, 자기 확신을 넘어서서 거의 자기 최면으로 보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7개국 통신사 합동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말에 전제 조건이 몇 개 달렸긴 하지만, 간단히 줄여서, "영변 폐기하면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는 셈이다. 자, 이것은 사실일까. 영변만 폐기하면 북핵은 완전 불능 상태에 빠지고, 미래에도 되살릴 수 없게 되는 것일까.

북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 시설은 이미 고철 수준으로 낡아서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영변 밖에 그보다 규모가 큰 첨단 핵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영변은 비중이 미미해졌다"고도 말한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영변 말고도 다른 곳에 산재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은 ‘영변 + α’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문 대통령에게 ‘영변만 폐기하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입했다는 뜻일까. 문 대통령은 그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서 ‘가짜 뉴스’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본인이 갖고 있는 판단과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자기 점검은 안 해 보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7/20190627031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