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 노조원 1400명이 도로공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간 지 3주째다. 톨게이트 구조물 위로 올라간 데 이어 청와대 앞 노숙까지 강경 일변도다. 사측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징수 업무 자체는 장기적으로 무인 체계인 '스마트 톨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데 7000명 정원인 도공이 추가로 징수원 6500명을 정직원으로 받아들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같은 처지 징수원 4100명은 그 사정을 이해했다. 이들은 농성에 동참하지 않고 자회사 정규직이란 차선책을 받아들였다.
울산 도시가스 점검원 노사 갈등도 접점(接點)을 못 찾고 평행을 달린다. 가스 점검원(또는 검침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전국 각 지역사업자 밑에 5000명 정도가 있다. 여성 점검원이 혼자 다니다 보니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지난 4월 한 여자 점검원이 집에 있던 남성에게 성추행 위협을 받았고 괴로워서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다. 점검원들이 회사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자 회사도 호신용 호루라기나 긴급 출동 신호기, 성추행 요주의 가구 특별 관리 같은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런데 노조는 갑자기 "확실한 안전 대책을 위해 2인1조로 근무 체계를 만들어달라"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처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지난 5년간 점검원 성추행 고소·고발 건수가 단 2건인데 이걸 방지하겠다고 인원을 2배 늘려달라니 당혹스럽다"고 난감해한다. 이들은 현재 한 달 넘게 파업 중이다. 협상은 진척이 없다.
톨게이트 징수원이나 도시가스 점검원 노조는 시장경제에선 공짜 점심이 없다는 교훈을 모르는 듯하다. 그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걸 이룬다고 모든 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까. 우선 소비자들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본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가스 요금이나 톨게이트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 결정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을 사람은 노조원들 본인이다. 요즘처럼 무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엔 이들의 일이 기계·장비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업무가 단순할수록 사측은 무인화 계획을 빨리 앞당기려 할 게 뻔하다. 부메랑은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올 초 아마존이 미 뉴욕 제2 본사 설립 계획을 철회한 건 일부 진보 정치인들이 대기업 특혜라면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아마존 본사가 들어서면 생길 일
자리 2만5000개만 날아갔다. 과하면 일부가 아니라 모든 걸 잃는다. 투쟁도 현실과 득실을 따져가면서 지략을 동원해야 얻을 게 있다. 현 정부가 역대 최고 '노동 친화적(friendly)'이라 그런지 최저임금 논의에서 광주형 일자리, 노사정 협의체까지 노동계의 억지와 떼쓰기가 흔해졌다. 타협을 모르고 현실을 외면하는 극한투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