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내가 너무 오래 사는가봐, 못 볼 것을 다 보니. 빨리 죽어야 하는데.’ 나이 드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뒤에 말씀은 본심이 아니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못 볼 걸 봤다는 말은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인생 선배의 가르침이다. 어른은 아니지만 필자도 근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 기자 없는 기자회견(브리핑) 이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12일 과거사진상위원회의 18개월 활동을 종료하는 회견을 가졌는데, 장관이 텅 빈 홀에서 8분간 혼자서 발표하고 퇴장했다. 사연은 회견 1시간 전인 오후 1시 13분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발표 이후 장관과의 별도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질의는 대변인과 홍보담당관 등과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항의의 표시로 40개 언론사, 260여 명의 법무부 출입 기자단이 회견에 불참했다. 국방부는 더 과감했다. 지난 달 15일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과 관련한 여러 의혹 때문에 5일 뒤인 20일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는 요지였다. 고작 90초 동안 전체 385자 분량의 짧은 사과문을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하였다. 요즘 세상의 추세가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시대라고 하지만 국가의 중대 사안을 ‘혼밥 먹듯이’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발표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는 회견은 연구대상으로 저널리즘 교과서에 오를 사례다. 회견장에서 기자는 국민을 대신하는 청중이다. 질의는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소통카페 7/22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안 보았으면 좋을 일이 발생했다. 일본이 도발한 경제보복조치의 무책임과 무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가 시기를 놓친 부분이 있다’는 정도의 지적이 시작되자 여당 대표가 양손의 검지로 ‘X’ 표시를 하였다. X는 ‘금지’의 뜻을 지닌 비언어 행위이다. 발언을 그만하라는 의사를 상징한 것이다. 질문을 받지 않는 회견과 X 표시는 국민과 진정한 소통을 외면하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자기 말을 위한 입은 열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귀를 닫는 건 나라의 경영을 책임진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쓴 소리도 당당하게 경청하는 소통이라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출처: 중앙일보] [김정기의 소통카페] 못 볼 것을 봐야하는 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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