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년 전 우리 '이어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일방적 선포 러시아, KAL기 격추 사과 안 하고 이번엔 독도 영공까지 침범 우리가 침묵하면 동네북 신세 돼
2013년 11월 중국이 돌연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했다. 중국 말대로 세계 각국은 '주권과 영공 안전을 위해' 방공구역을 그어왔다. 문제는 CADIZ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와 주일미군 사격장, 우리나라 이어도 상공을 일방적으로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미·일이 가만있을 리 없다. 선포 일주일 동안 미·일과 중국 군용기가 세 차례나 1해리(약 1.8㎞) 안에서 뒤엉켰다. 레이더상으로는 '점(군용기)'이 겹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보름 뒤 한국도 62년 만에 방공구역(KADIZ)을 넓혀 빠져 있던 이어도 상공을 포함시켰다. 2차 대전 후 잠잠하던 동북아 안보 지형이 통째로 흔들렸다.
진앙은 중국이었다. '중화 부흥'을 외치며 집권한 시진핑은 1991년 덩샤오핑이 남긴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 2013년 공산당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당 중앙위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중국 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위원회(주석 시진핑)를 신설하고 10일 만에 CADIZ를 선포했다. 홍콩 매체는 "CADIZ는 시진핑 결단"이라고 했다. 그 무렵 중국군이 방어 위주였던 7대 군구(軍區)를 반격 중심인 5대 전구(戰區) 체제로 바꾸고 연합 작전 능력을 대폭 강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싸우면 이기는 군대를 만들라"는 시진핑 명령을 받든 것이다. 당시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에 대응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짠 전후(戰後) 동북아 질서를 바꾸려 했다.
그러나 중국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국방비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찌감치 러시아 손을 잡았다. 2013년 무렵부터 중·러 군사훈련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한반도 주변 서·동해 연합 훈련을 시작으로 지중해와 남중국해에서도 손발을 맞췄다. 2017년엔 일본 북단 오호츠크해에서 훈련하다 미·일 동맹의 주 무대인 서태평양까지 진출했다. 그해 미국은 동해에 인도 해군을 처음 불러들여 미·일·인도 연합 훈련을 했다. 한반도 주변 열강의 패권전(戰)은 6년 전에 이미 시작된 셈이다. 최근 중·러 군용기가 첫 동해 훈련을 하고 러시아가 6·25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까지 침범한 것은 '돌발 사고'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통령 주재 NSC 회의도 열지 않았다.
중국은 미·일 반대를 뭉개고 CADIZ를 정착시켰다. 시진핑은 미 부통령이 항의하자 "세계는 조용하지 않다"는 말로 일축했다. 저들 방공구역은 신성불가침한 것처럼 난리 치면서 우리 방공구역은 '영공이 아니다'라며 멋대로 드나드는 게 중국이다. 소련은 1983년 우리 민항기를 격추하고도 붕괴 전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한·일 배치 등 오히려 '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여기에 중·러는 "한국이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일본은 강제 징용 판결 문제로 경제 보복을 하고도 안보 때문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러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게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의 본모습이다. 김정은도 한국을 겨냥해 "맞을 짓 말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댄다.
우리 스스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지 않으면 진짜 동네북이 된다. 구한말 때 이미 피눈물로 경험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북 심기를 살피면서 중·러에 대해선 침묵한다. 북·중·러가 일본보다 덜 위험할 이유라도 있나. 맹자는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를 친 이후에 남의 공격을 받는다(國必自伐以後 人伐之)"고 했다. 한국 들으라는 경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