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문제'를 공론화…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호남(湖南)만이 대한민국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문재인 정권에 제동 걸 수 있습니다. 호남 문제가 본질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주류 언론 매체와 지식인 사회에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습니다." 광주 출신인 주동식(61)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를 만난 것은 아무도 안 하는 얘기를 해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권 학생에서 출발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회원, 공장 활동, 민중의당 안양지구당위원장, 주간노동자신문 근무 등 8년 남짓 좌파(左派) 운동 경력을 갖고 있다. 운동을 그만둔 것은 결혼 후 생계 문제도 있었지만 "스탈린식(전체주의) 분위기와 야만성, 배타적 노선 투쟁에 질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뒤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IT 분야 전문 잡지 '컴퓨터 월드'에서 20년, IT 컨설팅 회사에서 7년 근무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일베(일간베스트)'의 극성스러운 호남 혐오 비하 공격을 보고는 피가 끓어올랐습니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봉이 꽤 높았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쉰다섯 살에 다시 '운동'에 뛰어들자 주위에선 '남들은 운동 은퇴할 나이에 왜 이러느냐'고 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미 직장 체질이 됐고 본인이 꼭 나서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몸은 운동권에서 오래전에 떠나 있었지만 운동 본능이 남아 있었는지 모릅니다. 호남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지만 호남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혐오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이런 호남 혐오 비하 발언에 대해 우파 엘리트들은 침묵했습니다. 이는 우파가 호남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비판하는 용기도, 정치적 정당성도, 애정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2013년 직장을 그만둔 뒤 첫 활동으로 '호남 혐오 비하 발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국회 토론회를 구상했다. "토론회 개최에 적극 찬성할 줄 알았던 친노(親盧) 의원이 뜻밖에도 반대했습니다. '호남 문제를 끄집어내면 영남도 뭉치게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득이 안 된다'는 논리였어요. 어쨌든 다른 의원들의 협조로 이런 주제의 토론회가 국회에서 처음 열리게 됐습니다." ―2016년 '호남과 친노'라는 책을 출간해 친노 진영을 본격 비판했는데? "친노·친문 사람들과 만날수록 '이들에게 호남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해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호남 28개 선거구 중 23개 구를 석권하자, 친노·친문들이 '호남 부채의식에서 벗어났으니 두고 봐라' '망월동 묘역을 시멘트로 발라야 한다'는 식으로 한 달간 인터넷에서 난리를 피웠습니다. 좌파는 속된 말로 호남에 빨대 꽂고 호남의 한과 눈물을 이용해 권력을 거머쥐는 데만 관심 있었던 셈입니다." ―그 뒤 대선에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1987년 체제 이후로 대한민국의 선거판은 영·호남의 대립 구도였습니다. 선거의 승패는 '우파의 호남 포위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였습니다. 우파가 짜놓은 구도였고, 우파는 이 대결에서 대부분 승리했고요. 호남의 밑바닥 정서에는 이런 고립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설령 우파가 그런 고립 구도를 노렸다 해도 DJ는 충청(JP)과 연대해 정권을 잡았습니다. DJ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인의 한(恨)과 피해의식이 풀려 호남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지요. "호남이 비판받을 대목도 있지만, 호남 고립의 선거 구도를 만든 우파에 더 책임이 있을 겁니다. DJ 뒤로 호남에서는 대권 인물이 없었습니다. 부산 출신 노무현이 처음으로 호남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호남 고립의 선거 구도에서 호남은 좌파의 손도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노무현은 김대중 당(黨)의 후보였으니 호남은 좌파든 아니든 그를 지지한 것은 당연했지요. "극단적 우파들은 'DJ는 '빨갱이'라고들 하지만, 지금 보면 DJ는 중도 보수 노선에 가깝습니다. 노무현과 친노 세력은 분명한 좌파입니다. 좌파는 5·18과 같은 호남의 정치적 상징 자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갖고서 리버럴과 중도 성향에 정치적 정당성을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좌파 진영의 외연을 확장한 겁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저도 경험했지만, 우리나라 좌파는 정책 능력이나 도덕성에서 모두 형편없습니다. 여러 번 몰락의 위기에 처했지요." ―노무현 정권이 끝났을 때 친노 핵심들은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고 할 만큼 국정 실패를 인정했는데, 변신술을 쓴 것처럼 다시 부활했지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이 이들의 '정치적 숙주'가 돼줬기 때문입니다. 영남은 PK·TK가 나뉘어 있지만, 호남은 거의 단일한 유권자 집단입니다. 하나의 지역 집단으로 가장 많은 표를 갖고 있지요. 호남 안에서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호남 2·3세도 '호남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좌파가 거듭된 정치적 실패에도 호남을 붙잡고 있는 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좌파 세력의 부활은 그 뒤 보수 정부가 보여준 기대에 못 미친 국정 운영 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경제와 안보 등 국정의 두 가지 기준에서 보면 좌파 정부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그런데도 우파는 실적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처절하게 패배했습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는 죽음과 맞먹는 시련을 겪게 됐습니다. 지금의 보수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탄핵으로 인해 우파가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탄핵은 패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탄핵 없이 정상적인 정치 일정이 진행됐다 해도 과연 우파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파는 호남과의 정치 투쟁에서 패배해 주류(主流)의 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도 우파는 여전히 자신이 주류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보수의 패배는 어디서 왔다고 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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