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이사한 국민연금 운용조직
2년반 지나도 ‘금융중심지’ 난망
전북과 국민 함께 사는 길 찾아야
강주안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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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사한 국민연금 운용조직 강주안 사회에디터 여름이면 TV에 납량특집이 나오곤 했다. 재산이나 가족처럼 소중한 걸 빼앗긴 귀신은 한기를 뿜었다. 아픈 부모에게 주려고 묘지에서 시신의 다리를 잘라 도망치는데 뒤에서 귀신이 “내 다리 내놔라”하며 쫓아오는 장면에 등골이 서늘했다. 귀신 얘기가 스친 건 나이가 들수록 간절해지는 국민연금에 경고음이 울린다는 얘기가 들려서다. 한·일 갈등같이 큰일이 터지면 어김없이 ‘연금 타격’ 뉴스가 나왔다. 연금 문제가 실제로 심각한지 전·현직 국민연금 직원과 금융계 인사들에게 물었다. 상당수가 한숨을 쉬었다. 가장 큰 우려로 금융 전문가가 모인 기금운용본부를 전북 전주로 이전한 걸 꼽았다. 2017년 2월 서울에서 전주로 이사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희망이 안 보인다고들 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전주가 너무 멀다는 지적과 함께 ‘주변에 분뇨 냄새가 난다’고 보도한 건 충격이었다.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서소문 포럼 8/13 용산발 익산행 KTX 기차표. 서울에서 국민연금에 갈 때 전주역보다 익산역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익산역 앞 버스 승강장에 게시된 버스 시간표. 국민연금을 가는 혁신도시행 버스의 배차 간격이 평균 1시간 이상이다.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해외 전문가와 교류가 어렵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국민연금 측은 “곧 외국 회사 지점도 생기고 해외 전문가의 방문이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금융권에선 냉소적이다. 700조 가까운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일 뿐 연금의 미래를 밝혀줄 전문가는 아닐 거라고 본다. 한 해외 운용사 관계자는 “기금운용 전략에 도움이 될 전문가들은 대개 해외 출장 일수에 제한이 있다”며 “한국에 가면 서울은 들르지만 하루를 더 쓰며 전주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거기에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통제,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간섭 등 운용의 자율성을 옥죄는 고질적 요소들은 그대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고갈될 거로 예상한다. 이후엔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이 무렵 60대에 접어드는 ‘90년대생’이 기금 고갈 1세대가 되리라. 암울한 미래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700조를 운영할 전문가들을 수도권에 근무하게 할 순 없을까. 제주로 이사한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전남 나주로 떠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기금운용부서만큼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 두고 간 이유를 짚어볼 순 없을까. 전북에 피해를 안 주면서 국민의 노후도 챙기는 묘안은 없을까. 정치권이 오류를 인정하고 대안을 수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알지만, 늘그막에 아픈 몸을 끌고 “내 연금 내놓으라”며 기금운용본부 주변을 떠도는 신세가 되기 싫어서 해보는 말이다. 강주안 사회에디터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내 연금 내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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