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 경제 에디터 지금 50대로 사회 각 분야의 중추가 된 ‘386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가장 미안한 것 중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386세대의 1980년대 대학 시절은 시위가 일상화된 시기였다. ‘가투(가두투쟁)’ 참가 경험이 흔하던 때였다. 시위 때문에 휴강도 잦았다. 그래도 대부분의 대졸자들은 대기업에 입사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당시의 대기업은 정년이 사실상 보장됐다. 그들은 한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렸다. 중국 저가공세, LCD 고사 위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물량 공세를 벌이는 중국산과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작정하고 시작한 ‘치킨 게임’에서 국내 업계가 나가 떨어진 것이다. 라인 중단은 불가피하게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받은데 이어 또 한번의 희망퇴직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의 직원 수는 2018년 2분기말 3만 3522명에서 지난 2분기말엔 2만 9147명으로 약 13% 줄었다. 연봉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 일자리가 수천 개 없어진 데 이어 또 줄어들 판이다. 한국 LCD의 위기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중국의 BOE는 2017년 1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LG디스플레이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보다 앞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학·연 전문가 2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산업기술 수준을 조사했다. 디스플레이의 한·중 격차는 1.2년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의 결과가 한국 LCD 라인 중단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 업계 나름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쪽으로 고급화를 서두르긴 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더 빨랐다. 중국은 관·민 일체가 되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데, 우리는 그에 대한 국가적 위기의식과 대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시 조사 대상 24개 산업 중 17개 산업의 기술격차가 1년 안으로 좁혀졌었다. 철강 0.5년, 바이오 0.7년, 로봇 0.7년 식이었다. 이들 업종은 지금 어떻게 돼있을까. 서소문 포럼 8/27 일본이 반도체 소재 3종 규제를 시작으로 걸어온 싸움 때문에 우리 관심이 온통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쏠려있는 사이 현실화한 LCD 고사 위기는 국가간 산업 추격전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경쟁력을 계속 높여나가지 않는 산업은 결국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히게 돼있다. 따지고 보면 한국 경제 역시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정보기술(IT),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에서 경쟁력을 쌓아 오늘의 성장을 이뤄냈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청년층 고용 상황 악화를 막아낸 것을 자화자찬하면서 언론의 비판을 야속해 한다. 문제의 본질은 한국 경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량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임시 일자리 창출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은 우리 산업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고, 일본은 우리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끊으려 한다. 미국은 보호무역의 벽을 높이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 길을 찾는 신산업 전략이 절실하다. 이상렬 경제에디터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중국에 붙잡힌 LCD와 사라지는 일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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