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연 논설위원 한국 정부가 전세계 79개국이 참여한 ‘열린 정부 국제협의체’ 의장국으로 지난 주 선출됐다. 국제 사회가 우릴 모범 국가로 주목했기 때문이란 게 문재인 정부의 자랑이다. 투명한 정부와 민주주의 확산 노력에 앞장서게 됐다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전 세계 모범 정부란 자화자찬은 좀 황당했다. 우리 국민도 지금 정부를 모범적인 열린 정부로 자부심을 느끼는 건 아니어서다. ‘내 편만 무조건 옳다’ 어깃장이 ‘나와 내 편만이 무조건 옳다’는 독선과 어깃장이 하늘을 찔러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임명 논란이 그렇다. 정권 핵심들이 ‘적폐청산 영웅’이라던 검찰을 느닷없이 ‘적폐’로 몰고 협박하더니, 해괴한 ‘셀프 청문회’를 기습적으로 내놨다. 오만한 발상만큼 기막힌 건 이 분들이 얼마 전까진 코드 인사와 진박 타령을 그토록 두들겨 패던 바로 그 분들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 거냐’식의 모르쇠도 있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멈춰선 지 한 달째다. 한·미 동맹과 한·일 결속이 흔들리고 북한은 때를 만난 듯 마음대로 도발하는 와중인데 여야 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그렇다면 이 모든 난리 통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를 굳이 임명해야 하는 이유와 안팎의 국정 난맥에 대한 설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벙어리 정부다. 그러면서 남 탓, 과거 탓, 언론 탓은 부지런하다.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 가족 논란을 넘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말하자면 전 정권의 교육제도 탓이란 뉘앙스다. 고칠 게 있으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위선과 이중성이 핵심이다. 민심과 맞서겠다는 오기와 코드가 문제다. 게다가 제도만 놓고 보면 ‘정시 축소, 수시 확대’가 선거 공약이었다. 이미 장관 후보자 10여명을 ‘반대 많던 장관이 더 잘하더라’며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지금 내각이고 나라는 멍들었다.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을 주도한 장하성·조국 전 청와대 수석은 고려대와 서울대 동문이 뽑은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고 ‘우린 다르다’는 데, 무엇이 다르고 왜 모범 정부란 건지는 보여 주질 않는다. 소통이 없다. 설명도 없다. 그러면서 홍보 이벤트엔 열심이다. 열린 정부는 그런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해외서 유람선이 빠졌을 때도 새벽에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잇단 북한 도발과 욕설엔 대꾸가 없다. 심지어 NSC조차 주재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할 때도 NSC가 열리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밥도 못 먹냐”고 맞고함 쳤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언급한 건 진짜 열린 정부, 소통 정부를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 줄 아시고요’는 소통이 아니다. 내 편과 네 편을 대하는 잣대가 그때그때 다른데도 ‘누구에게나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믿음을 드리겠다’면 그게 유체이탈 이다. 지금 정권이 야당 시절 가장 많이 동원했고, 국민 공감을 끌어냈던 그 단어다. 20년이든 30년이든 집권하려면 오만과 독선, 감성팔이 홍보론 어림없다. ‘퇴근 길에 시장 상인들과 소주 한 잔 나누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던 ‘광화문 대통령’이 1호 공약이었다. 지금 과연 그런가. 자칭 소통 정부가 정말 소통에 나서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 것인지 묻는 게 시장 민심이다. 하물며 전세계 열린 정부는 어떻게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최상연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최상연의 시시각각] 유체이탈 어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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