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인문학의 경우 두툼한 단행본이라도 저자는 대개 한 명인데, 의학 논문은 짤막해도 저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화제가 된 간단한 논문의 저자는 모두 6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우리나라 연구팀이 2004년 ‘사이언스’에 출판했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의 저자는 15명, 한 해 뒤 발표한 두 번째 논문의 저자는 무려 25명이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학연구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운동 경기에 비유한다면 의학연구는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다. 즉, 연구자 A가 가설을 세워 연구를 계획하면 B·C·D에게 환자 자료와 검체 수집을 부탁하고, E·F에게는 자료의 취합과 검체의 분석을, G에게는 통계 분석을 맡기는 식의 분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분업에 확실히 기여한 사람들이 저자에 포함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국제 의학학술지 편집자 위원회’는 저자의 자격을 ① 연구 계획의 수립, 자료 수집 및 분석에 충분히 기여했고 ② 논문 원고를 직접 쓰거나 원고를 검토하고 개선했으며 ③ 최종 원고를 검토한 후 투고를 허락하고 ④ 논문의 정확성과 진실성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로 정해두고 있다. 단,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만 논문의 가장 중요한 저자는 역시 저자 명단의 가장 앞에 나오는 제1 저자와 대개 가장 뒤에 자리 잡는 책임 저자다. 제1 저자는 연구 과정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맡으며 초고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임 저자는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한 책임자라는 뜻이며, 독자가 논문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저자라는 뜻으로 교신저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인 면역학자인 폴리 매칭거 박사. 자신이 기르던 개 이름을 논문 저자 명단에 포함시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던 이 논문은 엉뚱하게 저자와 관련하여 구설에 오른다. 논문의 저자는 단 두 명이었는데, 매칭거 박사와 ‘글라드리엘 머크우드’라는 연구자였다. 문제는 이 두 번째 저자의 정체였다. 매칭거 박사가 일하던 대학에는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어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는데, 결국 두 번째 저자는 매칭거 박사가 키우던 개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을 알게 된 ‘실험의학저널’의 편집장은 격노했다는데, 왜 그녀가 이런 허무맹랑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밝힌 적은 없다고 한다. 호사가들이 추측하기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가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문장을 요구하던 의학술지들의 관행을 비웃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하여간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임재준의 의학노트] 의학논문의 저자는 왜 그렇게 많을까? |
'新聞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분수대] 정신병자라고요? (0) | 2019.09.18 |
|---|---|
| [노트북을 열며] “제 딸이 영어를 잘해서”가 불편한 이유 (0) | 2019.09.18 |
| [마음 산책] 과잉 자의식에서 벗어나는 법 (0) | 2019.09.18 |
| [서소문 포럼] 넷플릭소노믹스 (0) | 2019.09.18 |
| [양성희의 시시각각] 무당파의 비애 (0) | 201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