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논설위원 #질문1=도박 사이트를 열어 거액을 챙긴 사람들이 마늘밭에 수십억 원대의 현금을 숨겼다가 적발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여권 인사들 조국 감싸기 궤변 #질문2=10여 건의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건들이 집에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도둑질 한 사실이 드러나면 벌을 받아야 한다”던 훈수꾼이 “물건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상대방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한테만 견제와 감시를 하고, 집중 조사를 펴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는 주장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청와대 대변인도 하고, 수사기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김종민 의원이 ‘표창장 조작’에 대한 다양한 논리구성을 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여권 인사들의 조국 법무부 장관 감싸기가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구름 위에 뜬 말의 향연처럼 돼버렸다. 평범한 법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약간의 불쾌감도 없지 않다. 말을 듣는 상대방의 지능과 지식수준을 업신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까지 불러오고 있다. 법대 교수, 작가, 자칭 언론인, 친여권 성향의 언론사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영구 없다!”를 소리치고 있는 건 아닌지. 뻔히 속이 보이는데도 해괴한 논리를 동원해 억지를 부리는 것은 또 다른 ‘바보들의 행진’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 넓은 바닷속에서 왜 그들만 고래를 보고 있다고 하는 걸까. 박근혜 정부로 시간을 돌려 이번 사건을 끼워 맞춰 보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에 70억원을 투자키로 약정한 뒤 10억여 원을 넣었고, 강의도 하지 않은 채 대학에서 월급과 상여금 2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또 자신이 이사로 있는 재단이 동생에게 50억원을 물어주는 과정에 어떤 법률적 대응도 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데도 장관직을 유지하며 검사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자택 압수수색을 나온 팀장과 통화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부인은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회사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의혹이 있는 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눈물·쥐새끼·나쁜 놈 등의 격한 단어를 써가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딸은 의전원에서 두 차례나 유급을 했는데도 여섯번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아들은 다섯 차례나 입영을 연기하고 대학원에 부정입학한 의혹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이 황 장관에 대한 해임을 청원하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 청원에 대해서만 비공개 전환을 지시하고,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탓한다. 박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명확한 입증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검찰의 행위는 공문서 조작에 해당할 수 있고, 수사보다는 검찰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박은 수구세력의 저항으로 몰매를 맞을 게 뻔하다. 이런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은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을까. 촛불정부에 대한 마지막 미련까지도 이런 식으로 쓸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의 개인 비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시험판이다. 조 장관의 자녀들만 엮이면 왜 입시 관련 서류가 없어지는 우연이 계속된단 말인가. 화려한 이력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지식인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집권층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게 상식을 갖춘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 정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자신의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염치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 까이꺼, 대충”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 촛불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이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조지훈의 시 ‘낙화’의 한 구절이 새삼스런 시절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박재현의 시선] 마늘밭에 수십억 숨겨도 증거보전이라 할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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