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호 변호사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으며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수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는 공명심을 두려워했다. 전직 대통령 비리 수사 같은 큰 장(場)이 서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면,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는 칼날 위에 선 처지가 된다. 일거수일투족에 꼬투리가 잡힐 수 있다. 우선 경계해야 할 게 공명심이다. 공을 세워 인정받고 이름을 떨치려는 마음이 꿈틀댈 테니까. 그동안 공명심이 사람의 균형감각을 마비시키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 그게 수사에 끼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군가의 숨통을 죄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법의길 10/2 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없는데도 그런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건 검사의 능력 부족에서 나온다. 범죄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의 전모를 미리 손에 넣고 신문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주변 정황 증거들을 종합해 추론한 대로 신문할 수밖에 없다. 그때 질문이 적확(的確)한지 검증하는 건 직접 사실을 경험한 피의자 쪽이다. 비약이나 허점이 있는 질문이 거듭된다고 판정내리면 그걸 토대로 한 공소사실이나 법 적용을 신뢰하겠는가. 뭔가 짜놓은 틀에 맞춰 죄를 만들려 한다고 의심하게 된다. 공명심이 공직자에게 당근이 될 때도 있다. 그것마저 없다면 무사안일에 빠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직자에게 공명심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정치권이다. 인재영입 때 따지는 인지도 때문이다. 지난여름 퇴직한 검찰 중간간부 상당수가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을 거라고 한다. 이름이 얼마나 알려졌느냐는 인지도 점수에는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경력이 결정적 도움이 될 거 같다. 애초부터 정치권 진출을 마음먹고 무리를 해서라도 이름을 떨치려는 검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수사의 속성상 꼬투리가 잡히지 않고 결과에 승복을 받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달리 길이 없다는 걸 아는 검사라면, 수사에 이름을 걸어야 한다. 이름을 건다는 건, 명예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삶까지 모두 거는 거다. 이름을 걸고 진지함과 치열함으로 승부하면 언젠가 평가받을 날이 온다. 그러면 이름이 남게 된다. 이름을 떨치겠다는 공명심에 빠져서는 악명(惡名)을 남기게 될지 모른다. 문영호 변호사 [출처: 중앙일보] [문영호의 법의 길 사람의 길] 검사에게 공명심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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