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포토라인과 '취재 룰'

bindol 2019. 10. 5. 05:12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광화문에서 대규모 '법무장관 퇴진 집회'가 열리던 날 법무장관의 아내가 검찰에 비공개 소환됐다. 애초엔 공개 소환된다고 해서 방송가도 며칠 전부터 중계차를 대기시켰었는데, 방침이 바뀌었단다. 이를 두고 "특혜다" "적절했다" 옥신각신 뒷말도 있었지만, 어쨌든 방침이 바뀐 이유 중 하나는 오랜 '포토라인 논란' 때문이었다.

바닥에 삼각형으로 붙인 노란 테이프. '포토라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취재진 카메라에 이마를 다치면서 정착된 관행이라는데,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냐'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 낙인찍기냐' 논란을 빚은 것이다.

이런 논쟁을 떠나 '포토라인'은 뉴스 제작진에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졌었다. 사건 당사자를 직접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는 데다 취재원이 짧게라도 입장을 밝힌다면 반론권을 보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토라인을 시행할 때면 늘 신중을 기했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먼저 포토라인에는 일정 자격을 가진 취재팀만 참가하고, 나머지는 포토라인 밖에서 취재를 하게 한다. 기자가 인터뷰할 위치도 미리 정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노란색 삼각 테이프선'이 바로 취재원이 걸어와서 설 자리다. 이때 카메라팀 배치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좋은 위치를 잡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어떻게 선정했을까? 일반적으론 현장 기자들끼리 정했는데, 주로 방송기자로 풀(pool)기자 2~3명을 선정한 뒤 타사 마이크까지 묶음으로 들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포토라인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포토라인이 무너졌다' 말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검찰에 출석하던 최순실의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일이었다. 당시 취재팀과 시위대가 뒤엉키며 포토라인이 무너졌었 는데, 만약 취재팀 때문에 포토라인이 무너졌다면 그 언론사는 일정 기간 풀(pool)단에 끼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검찰총장 지시로 앞으로 공개 소환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는 결정일 것이다. 이제 적어도 검찰청 앞에 포토라인을 칠 일은 사라졌단 뜻이다. 방송 제작진에도 '포토라인 없는 시대'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닥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5/20191005001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