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김광일의 입] 조국 씨의 ‘마지막 코미디’

bindol 2019. 10. 17. 05:10


법무부가 영상을 만들어 띄웠다. 제목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마지막 부탁’이다. 월요일 밤 9시6분 법무부 공식 페이스북에 띄웠다. 처음엔 컬러 영상이었다가 뒷부분 1분가량이 흑백으로 전환된다. 어두운 화면으로 변했다가 다시 선명해지는 페이드인(fadein) 효과까지 살렸다. 조국 씨가 장관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브리핑룸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슬픈 음색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조국 씨의 사퇴문 중에 일부가 자막으로 올라온다. ‘허허벌판에서도 검찰 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허허벌판’이라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서울에서는 검찰의 핍박이 심해서 개혁을 못하겠으니 이제 만주 벌판으로 떠나는 독립투사라도 된다는 말인가. ‘허허벌판’, 이 사람들은 떠나는 마당에도 감성적인 말장난을 멈출 줄을 모른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말했다. "창피하고 낯 뜨거워 볼 수가 없다. 국민들께서 엄중하게 파면했고, 불명예 퇴진한 조국을 영웅화·미화시키고 검찰 개혁의 아이콘화시키는 아부와 찬양을 해야 하느냐. 무슨 정치선거 CF인 줄 알았다." 어제 오늘 비슷한 의견을 주신 분들이 참 많다. "조국 씨는 떠날 때도 ‘슬픈 코미디’ 한 편을 남겼군요." "이 사람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성난 인파가 왜 나왔는지 그 사람들은 끝까지 이유를 모를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조국 일가족의 수십 가지 비리 의혹도 의혹이지만, 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서울 도심을 꽉 메웠던 군중은 바로 저 사람들의 ‘뻔뻔함’에 질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쥐구멍이라도 찾아들고 싶을 지경일 텐데도 저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으로 낯 뜨거운 영상을 만들어 띄워 놓는다.

"제 소신은 (검찰의) 특수부 폐지다. 그런데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는 줄기차게, 정말 줄기차게 특수부를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때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를 만들었다. 4차장도 만들었다." "특수부를 계속 유지하고 늘리는 게 법무부의 견해냐, 줄이는 게 법무부의 견해냐." 그러자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답변했다. "당시에는 여러 현안이 있어 그 현안에 맞췄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 국정농단, 적폐청산, 사법농단 때문(이었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문재인 정권은 앞선 정권의 인사들을 정치 보복하듯 잡아넣을 때는 특수부 검사들을 늘린 뒤, 이제 정권 하반기에 이르러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창끝을 겨눌 수도 있으니 특수부 축소를 외치는, 파렴치한 이중성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것은 야당 의원이 아니라 여당 의원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검찰개혁이란 무엇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은 상당 부분 검찰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일까. 검찰의 힘을 쏙 빼버리고, 대신 공수처라는 ‘옥상옥’을 만들려는 것도, 검찰에게 ‘인권 수사’를 강조하고,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것도 결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한풀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공수처장부터 수사관까지 모조리 임명하도록 하는 여당안은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사령부인 공수처는 절대불가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6/20191016022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