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 논설위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낙마는 자유한국당에게는 죽음의 독배나 다름없다. 눈앞의 달콤함에 취해 야권 통합과 공천 개혁을 게을리하면 6개월 뒤 총선에서 참패하고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공산이 99%다. 지금 한국당은 임종을 앞둔 말기암 환자 신세다. 조국 낙마부터 시민들이 끌어내린 것이고, 한국당은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지난 9일 한국당이 뒤로 빠진 가운데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퇴진 집회에 몰린 인파가 3일 한국당이 주최한 집회 인파를 능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중도층 외면하는 비호감 끝판왕 인천 미추홀구을이 지역구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에게 물었다. 바른미래당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결성하고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의원이 본지 인터뷰에서 “박근혜 탄핵과 개혁 보수를 인정하면 한국당과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낸 친박 3선이다.
유승민 발 신당은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출범할 전망이다. 유승민 등 15명 의원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에 출마해 ‘개혁 보수’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에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윤상현 말마따나 황교안의 결단이 중요하다. 유승민 신당이 ‘창당준비위원회’ 수준을 넘어 지방 당조직을 만드는 선까지 가면 때는 늦는다. 마침 황교안도 상황의 시급함을 인식하고 메신저를 통해 유승민과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힘을 합쳐 문재인 정권에 맞서야 한다” 같은 원론적 얘기에 그쳐 구체적인 협상을 원하는 유승민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황교안의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국당 지지 기반의 하나인 공화당 세력이 유승민과의 통합을 반대하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1% 밑 소수점인 공화당 반발을 의식해 통합과 개혁을 미루면 총선은 필패가 불 보듯 하다. 마침 황교안 자신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하면 된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유승민 등 범야권 세력이 모든 관심사를 수평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황교안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조국 사태를 통해 ‘중도’의 힘이 입증된 점이다. 경기 남부가 지역구인 한 의원의 전언이다. “태극기 세력이 2년 내내 광화문에서 시위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퇴진 집회에 중도 성향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니 항복했다. 한국당이 중도를 흡수하지 않고는 정권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그동안 한국당이 장외집회 열면 내 지역에선 버스 한 대 동원하기도 벅찼다. 그런데 조국 퇴진 집회엔 버스 10대에 사람이 꽉꽉 차 서울로 갔다.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뭉친 것이다. 이게 중도의 힘이다. 그런데 이들은 민주당이 싫지만 한국당에도 표를 줄 명분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 유승민과 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강찬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의 시선] 말기암 환자 한국당, 황교안 결단만이 살린다 |
'新聞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갑생의 교통돋보기] 여태 외면받는 106살 안전벨트 (0) | 2019.10.17 |
|---|---|
| [박정호의 문화난장] 이수성·박한철의 인생 스승 김석진 (0) | 2019.10.17 |
| [권혁주의 시시각각] 이상하다, 너무 조용하다 (0) | 2019.10.17 |
| [분수대] 대통령의 사과 (0) | 2019.10.17 |
| [사설] 조국의 ‘팩스 복직’ 덥석 받아준 서울대 당국, 부끄럽지 않나 (0) | 201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