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김광일의 입] 文대통령은 조씨 부부가 무서운 건 아닐까

bindol 2019. 10. 25. 04:40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 씨가 오늘 새벽 구속 수감됐다. 밤 12시 넘어 첫 뉴스가 나왔고, 정리된 기사가 새벽1시에 조선닷컴에 실렸는데, 아침 10시쯤 다시 보니 댓글이 800개에 이르고 있었다. 아마 이곳저곳 다 따져보면 수천 개 넘는 댓글이 달렸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새벽 2시, 3시, 4시에 써넣은 댓글이었다. 때론 송경호 판사와 사법부의 ‘양심’에 안도하고, 때론 남편 조국까지 잡아넣으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 무엇 때문에 저토록 많은 독자와 국민들께서 잠 못 이루고 계셨을까. 도대체 왜 우리 국민들은 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조국 부부의 비양심적인 행태에 분노해서일까? 단순히 그것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그녀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희대의 방식으로 11가지 범죄 혐의를 저지르긴 했으나, 어떻게 보면 이제 그 남편도 한 달 남짓 있었던 장관자리에서 삭탈관직(削奪官職)되었고, 자신도 사립 교원 직에서 곧 파면될지 모르는, 그저 쉰일곱 먹은 여성에 불과하다. 어떤 독자는 이런 여성의 구속 여부에 전 국민의 관심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 한심하다는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곰곰 따지고 보면 많은 국민들이 밤을 새우며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의 앞날이 걸려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식(式) 공정함’이 아니라 진짜 공정함이 바로 서는 갈림길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밤을 하얗게 밝혔던 것이며, 자신의 느낌과 소회를 댓글로 남겼을 것이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헌법 정신에 따르더라도 구속 수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과잉 금지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구속 수감된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라는 뜻도 아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재판을 통해서 가려질 뿐이다. 구속 수사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즉 반부패2부는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엘리트 검사들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경심의 범죄 혐의 입증에 검찰의 명예와 명운을 걸다시피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검증하고 심사한 영장전담 송경호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소명(疏明)된다’는 것은 최종 증명 단계는 아니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이 확실하다고 믿을 만한 까닭이나 이유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경심 부부는 사모펀드 운용보고서를 급조하라고 지시하고, 여러 컴퓨터를 빼돌리고 감추고 했으니 법원은 ‘증거 위조’와 ‘증거 은닉’의 혐의가 충분하다고 보고, ‘증거 인멸 우려’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구속 사유를 밝히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검찰 수사는 핵심 정점에 이른다. 바로 조국 씨다. 조선일보는 "조국 소환도 시간문제"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검찰, 조국 곧 조사"라고 했다. 조국 씨는 아내 정경심 씨와 증거 위조·은닉·교사를 포함한 여러 범죄 혐의에서 직결되고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정범 혹은 주범으로 범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소환 조사의 결과에 따라 조국 씨의 신병도 구속 수감될 수 있다. 명백한 증거 제시 앞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경우 구속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내가 이미 구속돼 있다고 해도 그럴 수 있다. 1982년 희대의 어음사기 사건을 저지른 이철희·장영자 부부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동시에 구속 수감됐고, 재판 결과 15년 형을 언도받았던 전례가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볼 때 정경심과 조국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 정권 출범 때부터 2년 반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씨는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가족은 물론이고, 여권의 핵심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이런 저런 내막과 어두운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조국 씨가 윤석열 검찰총장 손으로 넘어간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볼 때 시한폭탄을 ‘윤석열 검찰’ 손에 넘겨주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조국 씨가 검찰에 소환되어 수사를 받는 동안, 혹은 구속 영장 발부가 성사되는 순간,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자기 한 몸을 희생시켜 아내와 문 정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갈지, 아니면 자기부터 살아날 궁리를 할지 누가 알겠는가. 아마 이제부터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밤잠을 설칠 수도 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24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