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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92년 전 모택동이 홍군(紅軍), 즉 인민해방군을 만들면서 한 말이다. 오늘날엔 민주주의 정권이든, 권위주의적 정권이든, 체제의 형식과 관련 없이 대부분 권력은 어디서 나올까. 지금은 ‘여론조사’와 ‘지지율’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가 권력을 쥘 것인가는 선거가 결정짓지만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뒷심은 지지율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칼을 쥐었다고 해도, 지지율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녹슨 칼집에서 빠지지 않는 칼처럼 별 쓸모없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러니까 2019년11월 하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다섯 달 남짓 남아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권력은 ‘쇼’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누가 더, 어느 당파가 더 그럴 듯하게 쇼를 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행방이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로 임종석·김세연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제 그 근거를 토론해보겠다. 먼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왜, 하필이면 어제 일요일 점심시간 무렵에, 불과 40분 간격으로, 앞 사람은 12시10분쯤에, 한 사람은 오전 11시30분쯤 불출마 선언을 했을까. 대부분 언론사는 일요일에 기자들이 절반만 근무한다. 부서에 따라 일요일에는 아예 출근자가 한 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석·김세연 두 사람이 불출마 선언 타이밍을 일요일 점심 무렵으로 고른 것은, 그래야 월요일 새벽에 배포되는 신문의 톱을 장식하는 것은 물론, 한 주일 내내 화제의 중심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쇼 비즈니스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국민들도 언론도 이 두 사람에게 출마하겠는지 아닌지 물어보지 않았다. 심지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을 콕 집어서 "물러나라"는 당내 여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은 각 당이 갖고 있는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내년 총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일종의 ‘셀프 용퇴’라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했다. 왜 그랬을까. 흔히 정치인이 명분에 살고, 명분에 죽는 것 같지만, 겉으로 드러난 발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에는 진짜 이유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정치권을 떠날 것처럼 얘기했다가 돌아오는 모습도 너무 많았다. 이제 둘을 따로 떼어서 보겠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요점이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 다른 하나는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 이다. 그가 통일 운동에 매진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고,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는 부분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게 관심이다. 우선 현재 민주당의 종로구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물러날 뜻이 분명하지 않다. 바른미래당의 정병국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정세균은 반상회까지 훑는다. 전직 국회의장이 어버이날 노인행사에서 앞치마 두르고 밥을 나른다." 그렇다면 종로구 지역구를 노리고 지난 여름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까지 마친 임종석 전 실장 입장에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이 볼 때 청와대가 확실한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에겐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의 뜻이 어디에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현재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임 전 실장을 제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임종석·양정철 두 사람은 일본에서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이 사이가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성립한다. 임종석 전 실장이 ‘조국 사태’에서 입장이 모호했던 것도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으로부터 그의 ‘종로 공천’이 힘들다는 판단을 서게 했을 수 있다. 게다가 임종석 전 실장은 딸에 관한 구설이 유튜브에서 크게 논란이 된 바도 있다. 한국당의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과격한 발언으로 점철돼 있다. "한국당은 수명이 다 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다." "한국당 구성원들이 할 일은 우리가 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일이다." 과거에 비춰볼 때 어느 정당을 탈당하는 현역 의원이 내놓은 발언도 이러지는 않았다. 김세연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 유승민계 인사로 분류됐던 사람이다. 2016년 탄핵정국 때 탈당했다가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1월 한국당에 복당한 전력(前歷)이 있다. 오늘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신문들이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그 명분을 높게 평가하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조금 더 두고 보겠다. 정치인의 충정은 발언 당시로서는 판단하기 힘들 때가 많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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